최영순 마리<br>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국제보건학 겸임교수<br>&lt;아프리카 아시아 희망연대 대표&gt;
최영순 마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국제보건학 겸임교수
<아프리카 아시아 희망연대 대표>

[의학신문·일간보사] 어머니!! 우리 어머니!! 그 이름 조용히 부르고 되뇌기만 해도 그립고 안타깝고 가슴이 저려온다. 채승훈 감독의 '38년생 김한옥'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러했다. 이 독립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그저 가슴이 먹먹하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만 남았다.

'38년생 김한옥'3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 2층에서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채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38년생 김한옥'은 마지막 삶을 잘 정리하는 38년생 어머니와 자식 이야기이다. 김한옥 어머니는 일제감점기에 태어나, 1945년 일제치하에서 독립, 그리고 19506,25전쟁 동족상잔비극을 겪은 고단하고 가난했던 세대이다. 국가 부재와 가난한 상황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고통받는 이가 여성이고 어린이이라고 본다. “38년 생 김한옥 어머니가 나고 자랐던 시기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고 가난했다, 여성이었기에 심하게 차별 받았고, 원하는 공부는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어머니는 사는 내내 고단했으나 말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기에 그저 조용히 견딜 수 밖에 없었다.

채감독은 어머니에게 노인성 질병이 발생하자 이제 함께할 시간에 많이 남아있지 않았음을 직감했고, 어머니 마지막을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자식 모두 원하나 누구나 할 수 없는 결정이었기에 참으로 대단했고 놀라웠다. 그렇게 채감독이 어머니 마지막을 함께하면서 어머니 시간을 기록한 이 영화는 2011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배경은 주로 충북 화양구곡, 속리산, 대청댐, 개신동 삼익아파트 공원, 충북대병원 등이었으나, 딸이 사는 부산도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는 아무리 어려워도 자식만은 잘 먹이고 공부시키고 지켜야했기에, 잡초처럼 강하고 질기게 살아내야했던 우리 어머니의 슬프고 아름다운 서사를 보여준다. 매운 시집살이와 국수집에서 일하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출산을 하였고, 순간 순간 어린 8살에 떠났던 어머니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선 차라리 눈을 돌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한옥 어머니는 여섯 자식과 아홉 손자를 손수 키워낸 강하고 위대한 분이다.

다큐 영화 “38년 생 김한옥어머니는 아픔과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우리 모두의 여성 상이자 어머니 상이다.

어머니집 방과 거실에 꽃무늬 벽지와 밥상 위 꽃무늬 식기가 어린시절 부모님과 추억을 소환하며 아련한 그리움을 더해준다. 김한옥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지내게 되자, 기쁘게 아들을 위해 밥을 하고 집안 일을 하면서 아들이 자랄 때 속상했고, 행복헸던 이야기들을 내놓는다, 영화 중간 중간 책상에 앉아 작업하는 아들 모습 딋편에서 흘깃 흘깃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든든하고 대견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할 때, 딸들 방문할 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오갈 때, 입원을 하고 퇴원을 할 때 그 시간을 아들과 함께 했다.

어머니 생애는 고단했으나 마지막을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과 함께했기에 감히 행복한 분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이 독립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당연히 아들 손자와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이다. 마지막에 어머니는 전 재산 천만원으로 오래 전 결혼했던 세 딸들에게 해주지 못한 이불 한채와 화장대 하나씩 해주고 싶어했다. 또한, 당신 생일 때 자식들이 선물했던 금부치로 세 며느리에게 똑같은 선물을 해주는 것이었다.

채감독은 아들 채원담과 함께 어머니가 딸들에게 선물을 주는 여행을 시작한다. 어머니가 딸들을 만나면서 풀어낸 이야기, 결혼하던 딸에게 이불 한채를 못해준 어머니의 한, 매 맞는 딸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기절할 듯 아팠던 딸 가진 죄인이었던 어머니 설움을 어떻게 이해나 할 수 있을지. 아들에 비해 어머니 보살핌이 부족했다는 딸들의 서러운 절규를 들으며 우리 어머니들 과도할 정도로 무한한 아들 사랑에 딸인 나는 또 서러웠다. 다만 필자의 서러움일 뿐, 영화는 이 여행을 통해 어머니 한, 자식사랑, 고단한 삶, 그리고 마지막에 자식, 가족과 세상과 화해, 그리고 아룸다운 마무리를 보여준다.

그렇게 어머니는 12년간 사랑하는 막내아들과 동행했고, 자식 손자들 모두 보는 앞에서 큰 존경과 존중을 받으며 먼 길을 떠나셨다. 어머니 가시는 길에 자식 손자들이 뿌려 흩날리던 흰 국화가 아름다웠던 영화이다.

영화 마지막에 어머니 유언같은 '죽은 나무에도 천 번 물을 주면 살아난다'는 그 단순한 말을 들으며. 어머니가 가족, 자식, 손자, 그리고 세상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살아있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이 영화는 '인도 뭄바이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최우수 콘텐츠상', '워싱턴DC 국제 영화 페스티벌''캐나다 영화상'에서 '최고의 다큐멘터리상'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최고의 다큐상'8개 수상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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