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원장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해체주의적 판결이 의료의 가치를 파괴하면 안 돼

대법원의 위험한 판결이 의학의 경계와 가치를 파괴하거나 위협하고 있다. 보편적 가치와 질서를 위협하는 대법원 판결이 어느 때보다 많이 내려지고 있다. 차라리 대법원이 없었더라면 사회질서와 보편적 가치가 지켜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202212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한의사에게 초음파 검사를 허용하는 판결(201621314 의료법위반 () 파기환송)을 내렸다.

초음파 검사는 고도의 교육과 실기를 통한 술기를 익혀야 이용 가능한 진단 수단이다. 초음파 진단에 대한 정규교육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의 판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판결의 논지가 매우 비약적이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판결 전에 현대의학과 전래 민간의학의 경계와 한계를 명확하게 파악했어야 했다. 국내 한의과 대학 교육과정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졸속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진단에 필요한 전문 지식이 없이 시행하는 검사는 오진으로 인해 환자의 건강과 돈을 축낼 뿐이다.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벌게 해주고 싶은 것인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 면허와 자격증의 기준과 경계를 허무는 해체주의적 포스트모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은 위상에 걸맞는 공정성을 지켜야

이번 판결을 다시 재논의되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 9인 중 노정희 대법관의 경우 배우자가 한의사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노 재판관은 다수의견에 찬성했다. 해당 사안은 제척사유에 해당 되며, 본인 스스로 심의과정에서 회피 했어야 했다. 담당 재판에 이해관계가 있는 재판관이 제척 조건에 해당하는데도 법절차와 공정성을 무시하고 재판을 진행했다. 대법원의 위상에 걸맞는 법절차와 공정성을 스스로 포기했다. 대법원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보니 하급 법원 판결에서도 황당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가 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의사를 법정 구속시키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거주지가 일정하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정황이 없는 경우 구속 사유가 되지 않는다. 의사를 법정 구속하는 비상식적인 판결을 일삼는 사례는 저개발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들이다. 판사의 자질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2023년은 의사들이 법정 구속되는 참담한 일들을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의사와 의학은 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사와 의학은 법과 판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윤리와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법으로 면허를 위협하고 판결로 의사를 감옥에 집어넣는다고 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사는 신도 아니고 노예도 로봇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신분보장이 제공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면허는 의사의 신분과 권한을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면허의 경계가 무너지면 돌팔이와 상업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 신분보장이 안 되면 위험하고 긴장의 연속인 의료행위를 수행하기 어렵다.

면허가 위협받는 위험한 진료영역들은 기피과로 전락하고 환자들은 제대로 된 의사를 만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의학의 가장 중요과목인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지원이 줄고 진료할 의사가 줄어드는 데에 법원의 위험한 간섭이 한 역할을 하고 있다.

훼손된 의료의 가치가 회복되기를

법과 공정한 판결이 의학의 가치와 전문성을 존중하는 나라일수록 위험하고 힘든 영역에서 의사들이 안심하고 생명을 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국민의 생명이 보호되고 사회가 안정된다. 불신과 보복성 법으로 의사의 헌신을 강요한다고 의학이 바로 서고 의사들에게 사명감을 갖게 할 수 없다. 초음파 관련 대법원의 판결은 재심의 되어야 한다. 2023년 새해를 맞으며 작은 소망이 있다면 훼손된 의료의 가치가 회복되기를 소망한다.

- 이명진 명이비인후과 원장 /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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