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의원 ‘코로나19 극복’ 일등 공신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 1호 코로나19 감염 확진이 나온 이래 약 2년 3개월 간 총 누적환자 1700만명, 누적 사망자 2만3000명이라는 커다란 상처를 낸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은 그 누구도 쉽사리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하루 확진자 62만명까지 치솟았던 오미크론 대유행이 주춤해지고, 미국의 유명 시사저널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이행되는 첫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찬 전망을 내놓자 우리 정부는 엔데믹이 기정사실이 된 듯 차례로 방역의 고삐를 풀고 일상으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코로나19 엔데믹을 논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엔데믹 감염의 대표적인 질환인 말라리아나 계절 인플루엔자는 풍토병으로 고착되어 있지만, 계절적 유행 예측이 가능하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코로나19 감염증과 같이 격리의 필요 없이 일상 의료체계 내에서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에 비교해 낮은 치명률과 높은 백신 접종률이라는 객관적 자료를 내세워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을 서두르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사실 어느 누구도 현재의 코로나19 감염증의 팬데믹과 엔데믹을 나누는 객관적 기준을 명확히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바이러스 팬데믹은 1년 후 2010년 타미플루라는 치료제와 백신의 접종으로 종식이 선언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백신과 치료제인 경구약제(팍스로비드 등), 항체치료제 등이 선보이고 있지만 치료효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국내에 코로나19 감염증이 최초 발생 후 대한민국 K방역은 신속한 진단, 검사, 치료를 중심으로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한 환자 격리를 통해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방역 모범국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방역초기에는 1차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필자 역시 일반인과 같이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막역한 두려움에 떨면서 소극적인 진료에 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PCR 양성 진단이 나오면 역학조사에 의한 격리와 입원 치료로 이어지는 방역은 마치 코로나19 감염이 질병이 아니라 범죄와 동일 시 되는 주변의 시선으로 확진자들은 더 큰 고통을 받았다.

이러한 처음 겪는 팬데믹 상황을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가득했고, 실제로 여러 차례 위기상황을 맞기도 하였다. 감염병전담병원 설립, 공공의료의 확대, 감염병 전문가 양성과 같은 범정부적인 대책들이 앞 다투어 나왔지만, 1차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코로나와 싸웠던 1차 의료의 역할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역시 애초 정부가 구상했던 지역센터를 중심으로 시행을 했다면, 기본 접종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3차·4차 접종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부터 시작된 1차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하루 최대 60만명을 상회했던 오미크론 대유행의 시기에 선별검사소만으로 확진자 진단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대혼란에 빠졌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었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감염자에 대한 재택치료로 인해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되었다. 최근 의협 대의원회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봇물 터지듯 급물살을 탈 것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지만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 편승하여 대면진료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절대 안될 것이며, 충분한 당사자 간 논의 없이 진행되는 상황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직접적 피해로 다가 올 것임이 분명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변이가 발생하여 올 하반기에는 또 다른 큰 유행이 올수 있다고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엔데믹을 논하기 앞서 코로나19 방역에 큰 역할을 해온 1차 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1차 의료기관의 감염병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한 시설 및 설비 지원, 감염병 예방과 방역에 대한 교육 그리고 현실적 수가신설 등이 중요한 대책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금번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도 다가왔다. 그러나 현재 1차 의료의 붕괴라는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상과 의료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과 같은 의료 영리화의 우려가 가시지 않은 채 원격의료의 논의가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정비를 이룰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할 것이며, 금번 코로나19 극복의 숨은 공신인 1차 의료기관이 무너져 버린 상태에서 과연 또 다른 팬데믹을 막아낼 수 있을까라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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