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정감사 이슈보고서] 유연한 학부과정 · 전공의 임상수련-연구 경험 제공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제도가 10년 넘게 방치돼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임상수련과 연구경험이 연계될 수 있는 교육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됐다.

지난 2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이만우 입법조사관은 ‘2021 국정감사 이슈-보건복지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교육과정 체계화를 제언했다.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교육과정은 2009년도에 의학전문대학원과 한국연구재단이 의학전문대학원 내 MD-PhD 과정을 신설하면서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 서울대와 연세대 등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다시 의과대학으로의 회귀를 선언함에 따라 한국연구재단이 관련 지원금을 중단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해 MD-PhD 과정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현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은 기초전공의, Physician-Scientist, MD-PhD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기초전공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으로서 의사면허증을 취득한 후에 MD 신분으로서 기초의학교실에서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자를 말한다.

이들은 보통 일반대학원에서 박사과정 또는 석박사 통합과정을 병행하며, 전일제 조교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대생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 문제다. 기초의학 전공자가 점점 더 줄고 있으며, 향후 그 숫자가 0으로 수렴해 간다는 전망도 있다.

Physician-Scientist는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한 의학 석사 학위 취득자 및 졸업 예정자로서 4년의 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바로 3-4년의 PhD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주로 군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연계해 군 미필자가 병역 의무 수행을 연구 과정으로 대체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군 전문연구원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이 많지 않을 뿐더러, 석박사 학위과정과 의무복무 기간을 포함하면 5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의대생들이 크게 선호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MD-PhD는 전문학위과정(MD)과 학술박사학위과정(PhD)이 결합된 의과학 복합학위과정으로, 이 프로그램의 전 과정을 이수했을 경우 MD-PhD 학위가 수여된다.

MD-PhD는 전문 임상경험과 연구력을 갖춘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의과학 및 생명과학분야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의학전문대학원 정책과 더불어 파행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입법조사처는 “의학전문대학원 시스템의 실패로 MD-PhD 복합 학위과정이 축소된 상황에서, 현재 국내에서 의사과학자가 될 수 있는 트랙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과대학의 학생들은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진로선택 갈등’, ‘금전보상 미흡’ 등 개인적 문제부터 ‘전문성에 대한 사회인식 부족’ 등 사회체계적 문제까지 다양한데, 근본적 원인은 체계적 교육과정의 부재 때문”이라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의사과학자 양성보다는 임상 전문의 양성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로, 기초의학 교육의 활성화 전략에서 기초의학 교육이 의과대학에서 임상과 상당히 유리되면서 홀대받고 있고, 기초의학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대학에 비해 외형적인 개편에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실질적인 유인책이 없는 의과학자 양성시스템의 한 형태인 의학전문대학원 과정은 오히려 의사들의 수련 기간 만 늘려 기초연구자 양성을 저해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의학전문대학원 시스템의 실패와 의과대학으로의 회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129개의 의과대학이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의 MD-PhD 지원 사업인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75개의 대학은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일반적인 MD-PhD 교육과정은 2+4+2 체제로 7~8년 동안 운영되며, MD-PhD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 의과대학에서는 MD-PhD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코스의 선택, 학제 간 연구 환경 제공, 개별화 교육 진행 등과 같이 교육과정 내에서 유연성을 확보해주고 있다.

미국의 MD-PhD 과정은 기존의 임상의학과 기초의학 간의 경계를 허물고 기초 생명의학 연구와 환자에 대한 임상진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등 의사과학자 양성을 기도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소개했다.

이만우 입법조사관은 “의사과학자가 체계적으로 배출되고 있는 미국 사례들을 보았을 때, 의사과학자는 학부과정, 수련의 과정, 전문의 과정 등 의사교육 전반에 걸친 양성 체계가 세워졌을 때 효과적으로 길러질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의사과학자의 역할을 기초의학 연구자로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의사과학자의 이상적 형태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부 과정에서는 유연한 MD-PhD 과정 도입, 탐구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에서는 임상 수련과 연구를 함께할 수 있는 트랙이 필요하다”며 “임상교수나 전문의 과정에서는 그들이 고유 연구 분야를 정립하도록 도움을 주고, 산업체 및 각 의과대학의 기초과학 교수들과도 공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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