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이강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병원에 가면 종종 가족력을 물어보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내 가족의 질병 내력과 한국인의 질환 특성을 빅데이터 축적을 통 해 분석했다면 사전 질병 예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어 갑자기 쓰러지거나, 독거노인으로 살다가 쓸쓸히 돌아가시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ICT기술을 활용한 손목밴드를 활용하여 지속적인 건강체크를 하고 사전 예방한다면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게 된다.

보건의료 지출 증가 및 보편적 의료보장 강화라는 환경 속에서 의료 패러다임은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환자중심 의료질 평가 시스템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국민건강증진에서 거두는 성과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적 의료연계, 결과 중심 가치평가 등도 의료 패러다임을 이끄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점차 치료 중심에서 예방·건강관리 중심으로 미래의료 실현이 가속되고 있어 데이터 기반 질병 예측과 정책 수립을 통해 보건의료시스템의 성과 향상 및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시점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모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도 변화해야 하며 사회적 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근거기반 논의도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정부·공공기관 중심의 정책연구를 넘어선, 개방 데이터 기반의 자유로운 공중보건·사회정책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보건의료 빅데이터 환경 구축을 위한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2020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을 통해 의료데이터 활용생태계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은 잠재가치가 높으나, 의료기관별로 쌓여있던 의료 빅데이터를 공개하고 연결하여 의료서비스 질 개선과 산·학·연 공동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에서 구축된 연구용 데이터세트와 개방형 연구지원 포털은 산업계, 대학, 의료기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다기관 공동연구를 통해 활성화되고 있으며 의료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학습용 데이터 제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최초로 공모를 거쳐 선정된 5개 연합체(컨소시엄)는 누적환자 수 47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임상데이터 활용기반을 조성하였다. 또한, 전문질환 특화데이터 세트 개발을 위해 2개 연합체가 신규 지정되었으며, 41개 병원, 42개 민간기업이 참여하여 사업 모델을 다양화하고 의료계 전반으로 성과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정부는 빅데이터 연계뿐만 아니라 ICT 기술을 활용해 의료서비스 개선을 도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은 의료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환자 안전 강화, 의료 질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서비스를 개선한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확산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5년까지 매년 3개 분야(총 18개)를 지원할 계획으로, 실증을 거쳐 우수한 선도모델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확산된다면 국내 의료기관 수준 향상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빅데이터 연계와 ICT 기반 의료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함께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는 지난 2004년부터 보건의료표준화 연구를 진행하고 한국보건의료용어표준 고시를 제정하는 등의 작업을 거쳐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데이터 표준화가 아직 미흡해 전처리 비용·시간이 상당하여 임상 및 산업적 연구의 데이터활용 활성화에 기반한 표준화 전략과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정부는 올해부터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로드맵을 5개년 계획을 가동, 다양한 데이터 결합·활용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표준화 대상 범위를 확장하고 현장 활용 확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좀 더 미래지향적인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ICT 기반 의료서비스 개발과 전 주기적인 빅데이터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보건의료데이터 및 의료인공지능에 관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2조원에 달하는 잠재가치를 가진 보건의료 데이터가 막힘없이 통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게 되면, 치료기술 개선, 신약 개발 연구 등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경제혁신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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