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 의무화 물결 속 국가표준 유예·수출제한조치 폐지·과잉과 품귀현상 등 각양각색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코로나19 팬더믹 보건 비상사태로 생긴 의료용품 품귀현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의료용품의 수입을 장려하고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감염 예방을 위해 착용이 의무화된 국가가 늘어나며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마스크 시장의 글로벌 동향도 눈길을 끈다. 2020년 의료용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코로나19 경험 이후 바이러스 및 전염병 예방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정책들이 등장하며 수요와 공급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급안정 위해 신 국가표준 시행시기 유예한 중국

먼저 중국 국가표준화관리위는 7월 1일 시행 예정이었던 신 마스크 국가표준 ‘GB 2626-2019’ 시기를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시행 중인 2006년판과 비교해 볼 때 2019년판은 안면부 배기와 흡기저항, 기밀성 및 착용 환경과 세척·소독에 대한 요구를 구체화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은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최근 들어 수급불안이 해소됐으나 마스크 착용 일상화에 따라 수요량은 예년에 비해 폭증한 수준이다. 마스크 등 방역물자는 공급안정이 최우선이므로 국가표준 강화를 통한 시장 정비보다는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공급안정을 위해 신 국가표준 시행시기를 유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표준 강화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과 일부 기업의 퇴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마스크를 포함한 각종 의료용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무역거래량이 증가해 각국 정부의 수급조정에 관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의료용품의 국제 이동은 ‘제조공장이 밀집된 국가에서 의료용품 수요가 급증한 국가로의 이동’이 주를 이루는데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베트남은 마스크 수입 시 세금을 감면하고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으나, 최근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고 질병 확산세가 안정화되면서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수출제한 조치를 사실상 폐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소독젤, 의료용 방호복, 장갑, 마스크 등의 수요가 급증한 것은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사용되고 있는 마스크는 천 마스크, 일반(덴탈, 외과수술용) 마스크 및 방진 마스크(N95/FFP2 필터)가 있는데,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주로 천과 일반 마스크 사용이 대다수이며 방진 필터 마스크의 경우 의료 종사자들 혹은 일부 시민이 사용하고 있다.

방호용품의 대부분은 수입, 판매되는 형태 이외로 멕시코 정부에 많이 기증되고 있는데, 5월 중순부터 멕시코국립자치대는 멕시코시티 시 정부 및 ATFIL이라는 기업과 협력해 N95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며, 생산량은 하루 약 4만 장으로 연말까지 약 600만 장의 N95 마스크를 생산할 예정이다.

프랑스, 마스크 과잉공급 4000만장 재고 '골머리'

미세먼지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된 아시아권에 비해 프랑스는 일반인들의 마스크 사용이 매우 드문 나라였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있어 마스크의 효과가 입증된 지금, 프랑스 정부는 락다운 조치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내 마스크 수급문제는 해소된 상태로 5월 말 기준 주당 약 2000만 장(코로나19 초기 주 당 350만장)이 생산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8개의 제조사를 지정해 수술용 마스크를 생산 중이며, 10월말까지 주당 약 5000만 장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역시 예술의 나라. 마스크를 패션 아이템으로 이용하거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프랑스

반면 중소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부의 긴급요청으로 마스크 제조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수급상황이 좋아지면서 면 마스크 과잉공급으로 약 4000만 장의 재고를 떠안게 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프랑스 경제부는 직원배포용으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는 기업들에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 구입을 권고하고 있다.

부실한 의료 인프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는 상황이 어떨까?

현재 모잠비크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6월 1일 기준 200여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방역시스템도 매우 취약해, 실제 코로나19 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현지 마스크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취약한 정부 방역시스템, 전량 수입 의존 '모잠비크'

이처럼 마스크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모잠비크 내에 마스크 제조업체가 없어 수요의 전량을 수입시장에 의존해야 하는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 수입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품귀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모잠비크의 의료용 마스크 수입시장은 중국과 남아공이 양분하고 있다.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주요 의료용품 업체들은 최대 경제대국인 남아공을 물류거점으로 삼아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모잠비크와 국경도 접하고 있어 모잠비크 수입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내 공급에 안정화로 세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할까? 기본 품질은 뛰어난 편이나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서 제품의 차별화와 비가격 경쟁력 개선 없이는 공략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밖에도 핵심 물류거점을 활용해 인근국의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마스크 생산업체가 급격하게 늘어난 가운데 과열경쟁과 품질 하락으로 인한 산업 구조조정은 불가피 하다”며 “마스크 가격 하락 및 안정화에 따라 일부 기업들이 마스크 생산기계를 저가 매각하는 등 시장 퇴출도 잇따르고 있는데, 품질 강화 추세에 맞춰 경량화 등 제품 경쟁력을 제고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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