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의 제2기 의쟁투 존치를 놓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대집 회장이 ‘의쟁투 활동을 재개하겠다’며 의욕을 밝힌 이틀 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집행부에 ‘의쟁투를 해산하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하니 예사롭지가 않다. 특히 대의원회는 지난 4월 의협 총회 때 까지만 해도 집행부의 실정을 지적하면서도 투쟁노선을 지지했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는데 불과 두 달도 못가 입장을 바꾼 것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안병정 편집주간

관심은 대의원회가 총회 이후에도 현안에 대처하는 집행부의 자세나 행태에서 '특별히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지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대의원회는 의쟁투 ‘해산 카드’를 제시하면서 “해산을 위한 임시총회를 의협이 소집해 줄 것을 요구하라”며 집행부를 배려했다. 다소 이례적이지만 이는 ‘의료계의 각종 현안이 현 집행부의 책임만은 아니다’는 시사일 수 있고, 동시에 ‘어려운 마당에 의사조직 내부의 분란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속내로 이해된다. 그러나 모양새는 그렇다고 해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의쟁투 해산’을 권고하고 나온 것은 일단 의협 집행부에 대한 경고로 보는 것이 옳다.

솔직히 지금 의료사회에서는 의쟁투 활동을 떠나 의협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그 시비가 최대집 집행부의 2기 의쟁투 역할에 모아지고 있을 뿐이다.

사실 의쟁투는 의협 상임이사회와 분리된 특별위원회다. 따라서 의협의 상시적인 회무와 별개로 대정부 투쟁만을 전담하게 되어 있는데 이번 2기 의쟁투는 회장이 위원장을 겸임함에 따라 상시조직과 역할 분담이나 경계가 무너져 의협의 기본회무나 정책역량이 효율성 측면에서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최대집 집행부에서의 의협은 온통 ‘투쟁’이라는 프레임에서 분출하는 일들만 도드라지고 있다. 시시때때로 회장이라는 사람이 1인 시위에 나서곤 하는 모습이 그 단적인 예다. 물론 지도부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모습이 곱게 비춰질리는 없다. 양식있는 일선 의사회원들 중에는 최대집 회장의 이같은 대중적 행보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추켜세우기 보다 눈에 거슬린다고 말하는 부류가 많다. "리더의 그런 모습으로는 국민들로부터 미더움을 사기 어렵다”고 말하는가 하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또한 반감될 수 있다”며 거북해하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다.

어쨌거나 최대집 집행부는 ‘의료의 난맥상을 풀겠다’는 의지로 투쟁에 올인 해 왔다. 그동안 ‘해 볼 만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미동도 않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린 게 없다. 결과론적으로 의료계를 끝내 외면하고 있는 '정부가 문제'라고 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의협의 투쟁 전략이나 방법들이 적절했는지 돌아 볼 일이다. 특히 대다수 의사회원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투쟁대열에 얼마나 동참했는지를 보면 아쉬움이 많다. 이는 의사사회의 세분화 된 조직문화와 개인주의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회원들의 정서를 통합하지 못한, 투쟁동력을 모으지 못한 책임이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열심히 했는데 왜?” 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투쟁의 결과가 아무것도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의원 운영위원회의 의정투 해산 권고는 매우 솔깃하고 출구전략으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인적 쇄신은 아닐지라도 조직의 혁신을 통해 의협이 정체성을 회복하고, 시스템으로 기능하면서 정상화를 찾는 노력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병정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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