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지난해 말 요양병원들이 적폐로 내몰리면서 큰 상처를 입었는데 이번엔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퇴출 방안이 공론화되면서 중소병원계가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들에 따르면 의료의 질 관리와 재정지출 관리 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300병상 이상 병원과 비교해 기능이 미흡한 300병상 이하 병원은 퇴출시키거나 기능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연구보고서(3차)에 따르면 300병상 이하 병원은 의료이용량, 자체충족률, 사망률 등에서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 및 활용 차원에서 전문병원, 회복기병원, 재활병원 등 어떠한 형태로든 기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보고서는 평가 절차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3차에 걸쳐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됐고, 제한된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병상 규모의 적정화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퇴출 대안으로 제시된 병원 간 인수합병도 설득력이 있다. 동일 진료권에 소재한 중소형 비영리법인 병원 간 합병을 허용하고, 지역거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익의료법인으로 출구 전략 등도 실현 가능해 보인다.

다만 지역별 인구 편차나 병원 규모별 분포 등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채 전국의 모든 300병상 이하 병원의 기능이 미흡하다는 결론을 전제로 퇴출을 합리화 시키려는 데 모순이 있다.

의료이용지도 연구 결과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 즉 의료취약지역의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 결과를 마치 중소병원 사망률이 높은 것처럼 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300병상 이하 병원의 퇴출 주장은 이미 지난 2016년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 된 바 있다.

당시 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일률적으로 병상 규모를 상향 조정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고, 인구가 많지 않은 지방이나 의료취약지의 경우 중소병원의 신규 개설이 불가능해지면 의료서비스 제공 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 한바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의 비교 검토 대상인 이웃 일본과 달리 95%가 민간병원 구조인 만큼 지역적으로 병원수의 편차가 크고, 인위적으로 병원의 기능을 전환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게다가 300병상 이라는 인위적인 평가 기준을 놓고 한쪽을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더욱 안된다.

중소병원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난에 처한 상당수 중소병원들의 자진 퇴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인수합병 등의 출구전략을 마련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집단 퇴출을 공론화하는 배경에 대해 더욱 분개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번 연구보고서는 건보공단에서 진행된 것이며,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여서 더 큰 오해를 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적어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좀 더 많은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접근하겠다거나 병원간 인수합병 등을 위한 구체적인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지역 커뮤니티케어와 병원간의 연계 방안 등을 충분히 검토후 추진하겠다는 등의 다각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중소병원들의 불안과 혼란이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들에게 전가 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하루속히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 첫번째 소임은 중소병원계와의 소통을 통한 불신의 벽을 허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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