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사 고인 애도 분위기…큰 충격 빠진 의료계 수사당국 철저한 조사 촉구
이번 사건 계기 진료실서 의료인 폭행 문제 심각성 사회적 인식 제고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 전역에서 지난해 마지막 날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의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만 보더라도 이번 사건은 이미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으로 수사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

특히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전 사회적으로 인식이 제고되기를 희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보던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의사가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환자 A씨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상담을 받던 중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이 의사가 도망치자 뒤쫓아 복도에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흉부를 찔려 중상을 입은 의사는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31일 오후 7시 30분께 슴졌으며, 경찰은 A씨를 긴급 체포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의협은 “지난해는 유독 의료진에 대한 폭력 사건이 많았기에 전 의료계가 대책을 강구해 왔다”라며 “그 첫 성과로 국회에서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 처벌 강화 법안이 통과됐지만 불과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변이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회원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최근 응급실 내 폭력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의료기관 내 어디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전 사회적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폭행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것.

의협은 “정신건강의학적 치료의 최전선에 있던 의사가 잔혹한 폭력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에서 모든 의사가 큰 충격”이라며 “범행의 계기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 여부 등이 모두 밝혀지고 일벌백계로 삼을 수 있는 처벌과 동시에 전 사회적으로 의료인 폭행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 제고가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 막연한 오해와 사회적 편견 생겨선 안 된다=특히 의협은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의협은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 공유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기는 일이 없기를 당부했다.

의협은 “일부에서는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공격성이 원인 아니냐는 식의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그에 앞서 정신질환자의 의료 이용의 문턱이나 적극적인 치료를 어렵게 하는 사회적 인식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희화화하는 방송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의협은 “최근 상류층의 자녀 교육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서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바 있다”며 “피의자가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게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진에게 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서울시의사회(회장 박홍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 내 폭력 환자가 근절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사를 폭행하고 살인하는 것은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나 보호자, 주취자들이 휘두르는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지난해 응급실 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응급실에서 의료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문제는 심각하다는 게 서울시의사회 측 주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도를 넘은 폭행 사태에 대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이미 정부와 정치권에 누차 지적해왔으나 여전히 바뀐 것이 없어 이번 사건은 숱하게 예건돼 왔던 일”이라며 “전체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은 예외 없이 처벌돼야한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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