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환자‧의료인 모두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되는 계기되길’
작년 11월 계류된 ‘의료법 개정안’ 국회서 재논의 탄력…임세원法 제정 기대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故 임세원 교수에 대한 국민적인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전한 진료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인들에게 폭행이 가해지는 등 가장 안전해야 하는 의료기관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현장의 누구에게나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임세원 교수의 유족들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유족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인들의 안전과 환자들이 낙인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진료환경의 개선을 요구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장관은 “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고는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복지부와 의협이 힘을 모아 대책을 강구하고 제도적으로 안전한 진료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언급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12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폭행에 관련해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의료현장의 폭력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 병실, 수납창구 등 병원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의사만이 아니라 간호사와 의료기사, 원무과 직원 등 병원내 직원 다수가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만 9620명 중 폭행 경험자는 3248명으로 11%에 이르렀고, 폭행 경험 중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 보호자가 18.4%를 차지했다. 폭행을 당했을 때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참고 넘겼다”가 6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실태조사 결과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행에 노출되어 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폭력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의료계, 경찰, 병원 노사 등 각계에서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통해 실효성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계류 ‘의료법 개정안’ 급물살

국회에서도 보건의료계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지난 12월 계류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당시 의원들은 응급실이 아닌 진료실에서도 의료인의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 및 예방하는 내용에 대해 과도하다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환자의 흉기에 의해 진료중인 의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안심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6일로 예정된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관련 질의 및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최근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한 윤창호法, 비 정규직 노동자의 근무 중 사고사와 관련해 김용균法 등의 사례를 따라 병원내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김세원法에 대한 논의 역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와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안전에 취약했던 진료환경을 개선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