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처음부터 끝까지①

[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기자]씻는 것을 거부하고, 집을 찾지 못하는 등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아내 옆에 24시간 붙어있지만 남편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 최근 치매가족을 다룬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비춰진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10년의 치매 간병기간 속에서 본인의 삶도 사라졌다고 했다.

김경집 상주적십자병원 신경과장

치매는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 국가 등 주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질환이다.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Activities of Daily Living, 이하 ADLs)’이 저하되면 보호자의 돌봄시간이 무한정 증가하며, 이는 보호 부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길수록 환자가족의 삶의 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치매환자의 행동심리증상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ADLs 저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비롯해 시설 입소율, 직·간접적 돌봄비용 등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치매증상 치료를 통해 이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1.

또한 치매환자는 일상생활기능 장애와 더불어 초조 행동, 우울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특히 ‘이상행동증상(BPSD)’이 보호자에게 가장 큰 부담인 것으로 알려졌다. BPSD는 가족들이 환자를 입원시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하지만 BPSD는 조기에 전문적 치료개입을 통해 관리될 수 있다.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이상행동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지기능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치매의 약물치료는 질병의 경과를 완화시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가능한 오랜 시간 약물의 복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항상성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지속·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이용한 치매상병자의 45% 정도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있어 다른 50% 이상의 치매환자는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의문시 되는 실정이다. 또한 인지개선, 정신증상 완화 등의 치료적 돌봄 서비스를 적절히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고, 농어촌 지역의 경우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전문적인 치매 관련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치매환자 관리 인프라가 잘 구축된 영국에서는 치매환자가 어디서든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이동이 어려운 환자 대상 차량 지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서비스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재가 방문 의사(Home doctor)를 통한 정신행동증상 약물치료 지침이 마련되어 있어, 집에서도 환자가 약물치료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치매국가 책임제 하에서 치매치료에 대한 부담 완화, 서비스 수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해외 사례와 같이 환자들이 어느 지역에서나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방문 서비스, 이동지원 서비스 등을 통한 실질적 서비스 마련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치매관련 전문의원과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치매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 충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치매환자의 치료 예후는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행복에도 연관이 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이 끝까지 지켜질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치매치료에 대한 지원이 보다 확충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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