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의약품 제공되지만 장기적으로 신약 접근성은 떨어져

신약 허가 전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의약품을 제공하는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AP) 정책이 환자들에게 양남의 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환자들에게 신약이 공급되는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만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고, 정부의 허가나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도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운영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동정적 사용승인 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 이하 EAP)이 있다. EAP란 허가 또는 보험 전의 신약을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제도로, 보통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말기 암환자나 희귀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이후 고가의 혁신신약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EAP 제도의 역할과 중요성도 점점 커졌다. EAP는 식약처의 허가가 있어야 운영될 수 있지만, 제약사의 무상공급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약사의 ‘선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업계에서는 다국적제약사가 얼마만큼 EAP를 진행하느냐가 한국사회에 대한 기여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글리벡, 이레사 등의 신약들이 EAP를 통해 글리벡은 100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이레사는 무려 700명의 폐암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EAP로는 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가 있는데 2016년 3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아스트라제네카가 무상으로 타그리소를 공급한 환자수는 자그마치 460명이 넘는다.

타그리소 EAP는 ASTRIS 연구라는 임상시험 참여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ASTRIS 연구는 실제 치료현장에서 타그리소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일종의 리얼월드(real-world) 연구이다.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들에게 타그리소가 무상으로 공급되고, 회사는 한국 환자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타그리소의 효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러한 형태를 통해 제약사는 보다 대규모로 체계적인 환자 지원이 가능하며, 환자는 치료제뿐만 아니라 검사 등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되어, 이후에 치료받는 환자에게 보다 유용하고 실질적인 정보로 제공된다.

하지만 이렇게 EAP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EAP는 급여화 과정에서 하루도 지체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일시적 방편이지, 신약 보장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의약품이 공급되지만 EAP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에게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과 제약사의 EAP 혜택 모두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역설적이긴 하지만 EAP의 영역이 최소화 되는 것이 바로 환자와 국민에게 가장 실질적이고 안정적으로 항암신약 보장성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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