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대표…유럽·브라질 등 각국에서 제품판매 및 커스터마이징 제공

"피씨엘의 다중면역진단기술은 진단기기업계에서 넘어야 하는 '세 가지 산(제품개발·허가·판매)'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가 끝났다"

피씨엘(PCL) 김소연 대표<사진>는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피씨엘의 제품과 기술에 대해 이같이 자부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체외질병 진단시장에서 분자진단과 면역진단은 시장규모와 쓰임이 모두 다른 시장이다.

분자진단은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바이러스 유전체의 유무를 진단하는 것으로 90.7억 달러(약 10조원)의 진단기기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면역진단은 바이러스 침투 시 체내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는 진단법으로 시장규모는 259.4억 달러(약 30조원)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로는 면역진단시장이 3배 가까이 크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분자진단 기기 분야에 대해서 도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면역진단 분야가 기술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역진단 분야는 1971년 개발된 엘라이자(ELISA) 진단키트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면역진단은 항온항체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해 이뤄지는데, 3차원 구조로 이뤄진 단백질은 온도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체외보존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분자진단은 조기에 진단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질병과 직접 관계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유병률에 직접 관계가 있는 면역진단에 관심을 두고 제품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면역진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데에는 학문적 활동에 배경이 있다. 김 대표는 2001년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이수한 뒤 2003년까지 LG화학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3년부터는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를 거쳐 2008년 피씨엘을 창업했다.

그의 창업은 동국대 교수 재직시절 5년간 개발한 '단백질 고정화 기술'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2008년 해당 논문이 잇따라 해외저널에 게재되면서 관심을 받으면서 사업화를 계획했지만, 대부분 기술이전에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직접 창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개발된 SG Cap은 기존의 기술보다 1000배 높은 분석적 민감도를 갖고, 서로 간 교차반응이나 간섭반응이 전혀 없는 피씨엘 면역진단기기 핵심원천기술로, 독일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구축한 대량생산시스템으로 다중 혈액진단키트 Hi 시리즈(Hi3-1, Hi3, Hi4 등 3개 제품)를 생산·판매에 성공해 유럽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4등급(최고등급)을 받아 올해부터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Hi 시리즈 중 Hi3-1은 후천성면역결핍증(HIV)과 C형 간염을 동시 검출할 수 있고, Hi3는 HIV·B형 간염·C형 간염을, Hi4는 HIV·B형 간염·C형 간염·T림프구성바이러스(HTLV)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혈액사고가 빈번한 혈액검사 시장에서는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데, Hi 시리즈는 고민감도를 갖고 있어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진단기기에서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프로틴(진단에 들어가는 단백질)의 고정화율이 높아 고민감도 대비 저비용으로 입찰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속진단을 할 수 있는 Ai(인플루엔자 A/B형 신속진단 테스트 기기)와 Cancer-6(다중 암-간암, 췌장암, 대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동시 신속진단 테스트 기기)를 개발해 각각 임상종료, 준비단계에 있다.

피씨엘 제품의 주목도는 지난해 유럽 CE-IVD(의료기기 인증)의 List A와 독일 TUV(기술검사협회) 인증을 거치면서 더욱 높아졌는데, 특히 CE-IVD에서의 List A는 미국 FDA 510k와 더불어 가장 신뢰받는 인증으로 터키, 인도네시아 등 많은 나라에서 신고만으로도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대표는 "피씨엘의 다중 면역진단 기술은 세계 최초로 CE-IVD 인증을 받았다"며 "List A는 생명에 가장 위협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대한 의료기기로 독일에서 직접 현장실사를 하고 기술문서에 검체수를 지정(양성검체 400개, 음성검체 5000개)하며 민감도도 99.5% 이상 일 때에만 승인되는 가장 까다로운 인증"이라고 설명했다.

다중진단 기기는 의사처방에 따라 이뤄지는 병원진단보다는 임신·수술 등 긴급한 상황에 여러 검사가 한 번에 이뤄지는 패키지 진단에 적합하다. 특히 사고도 많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며 가격도 필요한 수혈 전 진단 분야에서는 다중면역진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주요 타켓은 국내외 혈액원들이다.

피씨엘이 자체 개발한 다중혈액진단키트 Hi3-1(왼쪽)과 독일기업과 공동 개발한 대량생산장비 .

피씨엘은 앞서 두 종류의 제품과 더불어 '커스터마이즈(Customize)'를 세 번째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커스터마이즈는 해외 진단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원천기술인 SG Cap을 포함한 피씨엘의 플랫폼을 통해 개선하는 서비스로 앞선 두 제품 이상으로 커스터마이즈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씨엘은 지난해까지는 영업이익 등 순이익에서 적자를 보고 있었지만, 세계최초 CE-IVD를 바탕으로 혈액진단사업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러시아·브라질·중국 등 기술이전 로열티 등 매출 다각화로 매년 수익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망된 매출액은 올해 매출 97억원(영업이익 25억원·순이익 25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208억원(67·59억원), 2019년 357억원(128·100억원)까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주목받았던 피씨엘 주식상장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 매출과 서비스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대표는 "피씨엘은 기술기업으로 상장해 이제 시작했기 때문에 바로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면서 "내·외부 요인으로 다소 지연되는 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목표에 따라 순항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진단기기업체는 제품개발과 허가, 판매까지 이르는 '세가지 산'을 넘어야 정말 제품이 나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넘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피씨엘은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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