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출범 후 ‘의료기기 표준체계’ 확립
의료제품 품질 보증 ‘국제표준 선점’ 중요

▲ 서활
연세의대 의학공학과 교수
산업표준심의회 표준위원
의료제품기술심의위원장

1997년 보건복지부 국립독성연구소를 기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발족하여 준비기간을 거쳐, 1998년에 약 780명의 인원과 6개의 지방청을 산하에 둔 독립된 행정기구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창설됨으로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제품의 안전성을 국가가 검증하고, 그 품질과 안전성을 인정하는 제도가 확립된 지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식약청의 설립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의료기기 관련 부서의 설치였다. 이전에도 보건복지부에서는 의약품과 가공식품에 대한 제조 및 수입에 관한 인허가에 대한 업무를 하여 왔으나, 수많은 의료기기 관련 제품들을 보건복지부 하나의 과에 불과하던 “시설장비과”에서 의료용 방사선기기 이외의 여타 의료기기까지 관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식약청 의료기기부서 설치는 그동안 거의 국가 관리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유통되고 있던 국내 의료기기들이 품질의 안전성에 관한 엄격한 요구조건을 충족하여야만 제조·수입과 유통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 준 충격은 상당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외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1992년에 발생한 수입 인공유방보형재 및 흡수형 봉합사에 의한 조직괴사 의료사고 모두 의사의 책임이 아니라 불량제품의 무분별한 유통에 의한 것으로 밝혀짐으로서, 1993년 5월 17일 제161회 국회 제5차보건사회위원회에 상정된 “인체삽입의료용구의 안전성검사에 관한 청원”에 의해 의료용구안전성검사확대 정책에 반영하기로 의결되어 정부의 적극적 관리가 결정된 것이었다.

한편, 정부는 의료산업의 고부가가치에 주목하여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1995년 2월 보건의료기술연구진흥법을 제정하고 그 집행기관으로 보건의료기술연구기획평가단을 설립하여 의과학, 의약품, 식품, 의료정보 분야와 함께 의료기기에 대한 연구와 산업화를 적극 추진함으로서 각종 첨단의료기기에 대한 연구와 산업화를 지원하는 기반을 제공하여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동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당시 국제 경제질서의 신자유주의적 환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국가간 무역장벽 철폐를 위한 WTO의 “Rule of Game”실시로 인해 수출과 수입 모두 국제규약에 구속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의료기기와 초보적 단계에 머물던 국내산 의료기기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공신력 있는 인증제도 확립이 시급하게 요구되었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시대적 요청에 의해 식품의약품전본부가 설립된 1997년은 또 다른 정부기관으로서 국가표준인 KS관리와 ISO표준의 국가간사기관을 겸하고 있던 당시 통상산업부 국립기술품질원(현 국가기술표준원)에 “의료기기기술심의회”와 함께 13개의 의료관련 “기술전문위원회”가 ISO 의료관련 위원회들을 반영하여 설립된 해이기도 하다. 이미 1989년 ISO의 “의료기기의 생물학적안전성평가 기술전문위원회”의 창립에 옵저버의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의료기기관련 국제표준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시작되긴 하였지만, KS의 틀에서 제정된 우리나라의 각종 표준들은 인간의 생명을 담보하는 의료기기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반영하기에 부족하였기에, 국제교역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ISO표준과 KS문서의 일치화가 우선되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 의료기기 관련부서에서는 제조사 또는 수입자에게 각 제품에 대해 국가가 제시하는 안전성과 품질 및 효능 효과에 대해 검증된 결과를 제출하고 합격하여야 시중에 유통이 가능도록 하였다. 초창기부터 당장 인허가를 신청하는 다양한 의료용구(instruments) 및 기기(device)에 대해 각각에 적합한 기준 및 시험방법을 포함한 규격(specification)을 제공하기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ISO나 IEC 등의 표준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ISO표준 연계 KS 표준은 의료기기관련 인허가에 필요한 기준 및 시험방법은 물론 실무적으로 필요한 범위와 품목이 다르고 해당 표준이 없을 경우가 많으므로 자체 개발한 규격, 기준 및 시험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고시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적으로는 지난 20년 가까이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관련 표준이 KS와 식약청 고시로 양분화 된 상태가 되어, 국제교역에서 산업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식약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이 된 뒤, 2015년 정부에서는 그동안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해 오던 의료기기 관련 KS표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제품관련 각종 고시의 중복성을 해소하고 국내표준을 WTO 등 국제규범에 따라 ISO등 국제표준과 부합화하기 위해 의료기기의 표준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관하였다. 이제 동일한 제품의 품질규격과 안전성에 대해 “1국가 1표준”이라는 원칙이 적용되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기존의 “의료기기기술심의회”를 “의료제품기술심의회”와 13개 분야별 의료기기 관련 전문위원회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함은 물론, 전자의료기기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별도로 “의료용전기제품기술심의회”와 분야별 전문위원회도 신규 설립함으로써 그동안 제품의 의료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에 어려웠던 KS표준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와 일체화하기 위한 준비를 매우 주의 깊게 진행하고 있고, KS와 식약처고시의 부조화 내지 누락으로 인하여 안전성과 품질관리를 위한 표준에 허점이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급여품목 선정에 직접 연향을 주었던 일부 보장구 등과 같이 소비자에게 실제적 도움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꾸려졌다.

이제부터 중요한 일은 우리나라 의료제품에 대한 식약처 고시와 부합화된 KS표준에 따라 적합하게 안전성과 품질이 보증된 의료기기가 국내 제조허가를 받으면 적어도 국제표준(ISO 또는 IEC)에도 자동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상이한 국제표준 요구조건 때문에 국제교역에 걸림이 되었던 장벽도 완화되어 우리나라 의료제품산업 성장을 위한 직접적인 국가적 지원체제를 갖추게 되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의료기기의 눈부신 발전은 이전과 다른 형태와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검증도 필연적으로 새로운 기준 및 시험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독자 개발한 제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생산된 의료기기에 대한 규격, 생산요건, 안전성 시험방법, 평가기준 등에 대한 국제표준의 선점은 의료산업의 발전과 국제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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