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웅 법제이사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한국에서 22년째 성형외과의사생활을 해오고 있다. 다른 과목의 의사들조차도 나의 일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의 일상적인 업무를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건강하고, 멀쩡한 사람의 신체, 특히 여성의 신체를 칼, 전기톱, 망치, 절단기 등으로 째고, 가른 후, 뼈와 근육 등의 장기를 절단하고 적출하는 일을 한다’로 표현할 수 있다. 잔혹 스너프 영화의 장면 같지만, 사실이다.

‘창고형, 하도급 유령수술’의 존재와 실체를 처음 알게 된 내가 ‘돈에 미친 병원사장이 저지른 사상 최악의 생체실험실 범죄다’라고 단정한 이유는 나 스스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잔혹한 범죄행위가 될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용성형수술은 질병치료나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멀쩡한 사람을 수술대에 눕혀 전신마취를 시킨 상태에서는 어디를 째고, 가르고, 잘라야 하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사장’의 지시로 투입된 ‘유령’들은 시쳇말로 대충 자르고 적출하고 봉합했을 것이다.

특정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것으로 밝혀진 ‘창고형, 하도급 유령수술’은 그야말로, 유령수술 중에서도 악질적인 범죄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직원들이 범죄를 인지한 상태에서 ‘병원사장’의 지시를 받고 조직적으로 환자들을 ‘유령수술실’로 유인해 왔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모든 것을 지시한 ‘병원사장’은 ‘돈만 챙기는 사람’일뿐, 환자들의 신체침습에 대한 일말의 권리도 없는 데 말이다.

‘창고형’은 커다란 방 1개에 10여개의 작업대를 설치하고, 환자들을 눕힌 다음, 마취용 마약을 주사해 환자가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집도의사 무단 바꿔치기’를 실행하는 이른바 ‘컨베이어벨트 공장식 유령수술’을 의미한다.

‘하도급형’은 ‘하청작업’을 담당 할 ‘하도급 사업장’을 타인명의로 개설하고, 원청 사업장을 찾아온 환자들로부터 수술비를 수납하면서, 수술당일 ‘하청사업장’의 작업대로 유인해 전신마취용 마약을 주사한 후 하청사업장의 직원들이 ‘병원사장’의 지시를 받고 칼, 전기톱 등을 갖고 들어가 작업을 하는 형태의 유령수술을 말한다. ‘하도급 사업장’은 간판도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실체를 알 수는 없다.

유령수술은 1983년 미국의 대법원 판결문에 처음 등장한 ‘범죄용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침습(훼손)을 특정인에게 의뢰할 때, 세 가지 결정권을 가지고, 이 결정권이 침해 당하거나 박탈당하면 ‘범죄’라고 했고, 유령수술은 두 번째 결정권을 침해한 범죄다.

신체침습을 할지 안할지, 누구에게 침습권과 책임을 부여할 것인지, 침습할 신체부위에 대한 결정권이 그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형 유령수술’은 환자들의 결정권을 단순 침해한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박탈한 것이다.

의료기관이 의사면허증, 마약류, 밀폐된 수술실, 잘 교육된 직원들과 적당한 성과급을 이용하여 총체적으로 체계화된 ‘완벽한 범죄자유구역’으로 진화한 것이다. 병원사장들이 이토록 막장형 범죄를 지시하고 저지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심리상태는 바로 ‘전신 마취된 사람은 귀신이 잡아가도 모른다’는 심리상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 전원이 범죄에 가담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질 수 없는 상태에서 막대한 ‘범죄수익금’이 발생한다는 것도 범죄동기로 충분하다.

가담자들이 모두 입을 다문 상태에서 환자가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손쉽게 처리하는 매뉴얼까지 있고, 이 매뉴얼대로 하면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다.

처리가 지연되면서 외부로 알려지면, 고용된 댓글 부대원들을 이용해 뉴스 밀어내기와 적반하장 격으로 환자를 고소하거나, 협박해서 외부로 알리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한국형 창고식, 하도급 유령수술’은 ‘엽기적인 수술실 대참사’다. 한 곳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몇 명이 죽었는지도 정확하게 밝힐 수가 없고, 각종 장해를 겪고 있는 사람과 심각한 부작용을 앓고 있는 사람은 수백 명에 이를 것이다.

양심선언을 했던 의사들의 자료만을 바탕으로 환자 32명만을 수사했다. 이중에서 2~3명은 장해가 되거나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고, 이들은 ‘상해, 중상해죄’로 고소를 했으나, 수사기관이 석연찮은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유령수술을 ‘폭행, 상해, 중상해’로 기소하는 것은 ‘국제표준 형사규범’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기죄’로만 기소한다면, 한국의 사법기관이 ‘유령수술행위’를 방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창고식 하도급 유령수술’이 그 악랄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 지 30개월이 지났다. 종식은커녕 오히려 ‘협진수술’이라는 미명하에 변종유령 수술이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유령수술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령수술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현행 형법의 법리를 적용해서 종식시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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