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웰니스기기팀장

“아직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환자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모바일을 활용하는 놀라운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소비했는지 알 수 있고, 사진을 찍어 열량을 계산해 주어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미래, 1년에 한번 예약을 통해 의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의사와 함께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미래를 상상해 봅시다.” 케슬린 세빌리우스 미국 보건복지부장관의 2011년 ‘mHealth Summitt 기조연설’의 말은 오늘날 더 이상 미래의 상상이 아닌 이미 와 있는 현실이 되었다.

최근 미래의료의 핵심으로 ICT와 헬스의 융합에 기반한 정밀의료가 부각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연결되고 공유되는 사회에서는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커다란 변혁을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3개월 전 기술발달의 놀라움을 넘어 큰 충격을 던져 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처럼 보건의료에서의 그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초연결사회와 정밀의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거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며 거의 모든 기록이 영구히 남는 시대, 가장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비즈니스는 건강·의료 보조기술 분야다. 이제 스마트폰이 모든 개인의 자잘한 건강상태를 진찰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은 글로벌한 관심사다.”2013년 ‘새로운 디지털시대(The New Digital Age)’라는 책을 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말이다.

2015년 1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정밀의료 이니셔티브(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발표한 이후 정밀의료는 미래의료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영국을 필두로 각국 정부는 2015년 6281억 달러에서 2022년 11,316달러로 성장이 예상(2015년 Grand View Research)되는 세계 정밀의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보건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가 데이터인데 ICT를 기반으로 의료 데이터(medical Record)와 유전체 정보(Genetic Record) 뿐만 아니라 활동량, 식이·체중·수면 정보 등과 같은 라이프로그(life log)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각 데이터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치료는 물론 예방차원의 정밀의료 기반의 진정한 건강관리가 가능해 질 것이다. 따라서 웨어러블 기술과 접목돼 라이프로그를 획득할 수 있는 웰니스기기산업 육성은 빅데이터 산업과 더불어 정밀의료 시대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웰니스기기산업의 중요성

치료에서 정밀의학 기반의 예방관리 시대로의 진화,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확대, ICT를 기반으로 산업·국경·시공간의 틀이 사라지는 융합의 가속화에 따라 웰니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웰니스기기(웨어러블기기 또는 착용형 스마트기기)는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과의 접목을 통해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건강관리 앱의 수요 확대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웰니스기기의 시장규모는 2016년 140억 달러에서 2020년 342억달러로 증가가 예상되며, 판매대수는 2016년 1억2300만대에서 2020년에는 약 3.3배인 4억 1100만대로 향후 5년간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밴드·와치형 기기의 판매가 2020년 2억 7400만대(66.6%)로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CCS Insight Global Wearables Forecast, 2016-2020)

최근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와 MWC(Mobile World Congress)와 같은 해외 전시회의 핵심 이슈 중의 하나가 웰니스기기와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의 연계로 각양각색의 웰니스기기 출시 행진이 계속됐고, 센서도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웰니스기기와 센서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정밀의료의 핵심 요소인 라이프 스타일을 알게 해주는 일상 기록(Life Log)을 끊임없이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외래환자의 진료 시간은 약 3분에 불과하며, 만성질환의 경우 보통 3개월에 한 번 꼴로 병원을 방문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의사입장에서는 환자가 얼마나 약을 잘 복용했는지, 의사가 권고한 운동과 음식 준수사항 등과 같은 것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체중, 운동, 식이, 수면, 복약 순응도 등을 알 수 있는 라이프로그가 정확하게 기록된다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행동의학·행동경제학 접목

IT 컨설팅 전문업체 애퀴티그룹의 웨어러블 기기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웰니스기기 구입 후 33~50%는 6개월 안에 사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사용법의 복잡함·생체신호 정보의 오류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술측면만이 아닌 심리적 측면 및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문화적, 사회 구조적인 측면 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중요하다.

보건의료에도 행동과학지식과 기술의 발달에 관한 영역인 행동의학과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의 접목이 필요한 이유이다. 미국 와튼스쿨의 캐빈볼프(Kevin Volpp) 교수는 금연과 비만연구에 있어 행동경제학적 요소를 접목하여 중재군에서 대조군 대비 약 3배의 효과를 거두는 등 보건의료에서 행동경제학의 접목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초반 이후부터 약 100개 이상의 국책 시범사업이 추진되었으나 시장에서 피부에 와닿는 지속적인 성과로 대부분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보다는 콘텐츠 및 플랫폼 구축 등 기술중심의 접근으로 정작 임상기간 부족 및 의료기관, 피트니스센터 연계 등 사용자 중심의 체감형 서비스 기획이 미흡한 것도 한 요인이라 생각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Persuasive Tech. Lab)에서 4만여의 건강관리 앱 분석 결과, 실제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행동변화를 위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기획 초기단계부터 전문 의료진 및 심리 전문가 등의 참여가 필수’라고 지적한 것을 우리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ICT와 헬스의 융합을 통해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키는 공공성과 시장성을 함께 갖춘 미래성장 분야로서 정밀의료가 미래의료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ICT와 헬스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 이제 미래의료를 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기 이익에만 매몰되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환자와 국민의 관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래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사용자 중심의 ICT와 헬스의 융합을 선도하여 국민건강증진과 미래의료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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