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올해 11월 ICH 회원가입 추진
신속 제품화 지원 혁신신약 개발 장려

▲ 이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부장

의약품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져야 하므로 제약산업은 규제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규제가 경쟁력이 되는 특수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 보건과 안전을 위해 고유의 허가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 나라에서 허가된 의약품이 다른 나라에서 다시 허가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규제당국들은 각 나라의 서로 다른 규제들을 표준화하여 국제기준을 만드는 ‘규제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약처도 OECD 국가 간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상호인정, 의약품국제공통기술문서(CTD) 도입, PIC/S 가입을 통한 GMP 자료 상호인정 기반마련 등을 통해 허가 시 중복자료 제출 배제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무엇보다 ICH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11년부터 ‘잔류용매 가이드라인’ 등 ICH 전문가위원회 12개 분야에 전문가위원으로 참여하여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공동 개발하면서 우리나라 입장이 국제기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ICH가 의약품 규제조화의 구심점이자 실질적 협력체로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식약처가 올해 11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ICH 회원가입은 우리나라 의약품 규제와 제약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며, 업계에서도 회원국으로서 요청되는 필수기준 충족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약선진국들이 의약품 국제기준을 만들어감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규제조화된 기준을 세계 여러나라에 전파하기 위한 교육이다. ICH나 세계의료제품규제기관정상회의 등에서 교육을 통한 규제역량 강화가 매번 중요한 안건으로 다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2009년에 APEC 지역의 규제조화 교육을 총괄하는 공식교육기구인 ‘APEC 규제조화센터(AHC)’를 식약처에 유치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해 옴으로써 APEC 지역에서 교육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APEC 지역 내 규제조화 우선중점 분야 중 바이오의약품, 약물감시분야의 주관국가로서 지역 내 규제조화를 선도하고 있다.

규제조화와 더불어 주의 깊게 봐야 할 제약선진국들의 최근 동향은 이들이 앞다투어 자국의 혁신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신속 제품화 지원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제 등의 개발 시 특례제도인 미국의 Breakthrough Designation, 유럽의 PRIME 및 일본의 사키가케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식약처도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대응하여 중대한 질병 등의 치료제 신속공급 및 신종감염병과 같은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의약품 개발과 허가촉진 지원책으로서, 획기적 의약품에 대한 신속허가 및 조건부허가를 통한 신속 공급이 가능하도록 ‘의약품의 개발지원 및 허가특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의약품 허가심사 선진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좋은 제품을 우리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공급하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우는 것일 것이다. 그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의약품 규제기관으로서 식약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헌신해 오면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최초로 허가한 셀트리온의 항체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ICH 비회원국으로서는 최초로 국제의약품규제자포럼(IPRF International Pharmaceutical Regulators’ Forum, IPRF) 산하의 바이오시밀러 워킹그룹의장국이 되어 주목받는 활동을 하고 있다. ICH 한국 대표로서 2013년 의장국을 유치할 때, 유럽연합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는데 이는 당시 유럽에 허가 신청 중이던 셀트리온 제품의 자료가 국제기준에 비추어 손색이 없다는 유럽 규제당국의 인식이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식약처는 WHO에서 바이오시밀러 국제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때부터 적극 참여하면서 국제조화된 국내기준을 마련하고 회사도 이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결과로 우리나라 허가자료 그대로 유럽허가를 받는 성과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최근 허가된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신약도 식약처의 제품화지원사업인 ‘팜나비사업’을 통한 민·관 소통과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산업계와 규제기관은 서로를 끌어주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진기준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나갈 때 우리나라 기준이 곧 세계 기준이 되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당국으로서 식약처는 업계는 물론 미래부, 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도 긴밀한 협조를 통해 허가심사 체계 선진화 구현에 앞장 서 나갈 예정이다. 제약업계에는 이러한 식약처의 노력이 곧 자신의 일이라는 애정을 가지고 전폭적인 관심과 협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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