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태
고려의대 의인문학교실/의사평론가

출퇴근을 하면서 광화문 광장을 지나다 보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정치적으로 좌파와 우파로 갈려 있는 듯싶다. 광화문을 메우는 인파가 내건 플래카드를 보면 더욱 더 그렇다.

그런데 좌파를 진보라 하고, 우파를 보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정당은 보수 정당만으로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제를 중시하여 능력 위주의 경제 발전을 도모하자는 정당과 시장의 기능을 정부가 일부 통제하여 빈부의 격차를 조절하자는 정당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신자유주의적 정당과 수정 자본주의적인 정당만이 있고,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진보정당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목청 높여 악을 쓰며, 명패를 집어 던져가며 서슬 퍼렇게 싸우는 척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놈이 그놈이다.

그런데 의료계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정당은 의료에 관한한 극단적 사회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진보이고, 모두가 의료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한다.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100% 국가통제시스템 안에 존재한다. 가격 통제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의료 행위의 통제까지 완벽하게 쥐고 있는 행정부가 있는데도, 정당들은 그것으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니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의료시스템을 더욱 더 옥죄고자하는 말도 안 되는 보건의료정책을 정당들은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의료의 사회주의란 정부의 통제 하에 정부가 소유한 의료시스템 내에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정부의 부담으로 교육 받은 의사들이 정부가 주는 급여를 받고 사는 시스템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내가 무식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기는 한데, 우리 정부와 정당은 완전한 가격 통제와 행위통제 하에 있는 의료시스템에 국가의 예산은 한 푼도 투자하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의료사회주의’를 통해 전 국민의 복지 향상을 꾀하고, 이를 더욱 강화하려하고 있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전면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원가 이하의 저수가 과다한 규제로 인해 병원의 존립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나중에 책임질 정치가나 공무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니, 우선 인기 전술로 정권부터 잡고, 그 때가서 문제가 생기면 의사집단을 국민의 적으로 몰고 욕하면 그만일 것이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나한테 어찌 그런 황당한 추론이 가능하냐고 비난을 할 것이다. 다음의 이야기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실증이다.

2015년 5월 20일 바레인에 다녀온 한 사업자가 중동호흡기증후군이란 생소한 병으로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국가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붕괴된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놈 저놈 나서서 개소리 쇠소리 뱉어대더니 두어 달 지나 잠잠해지고 나니 재난사태의 최전선에서 가장 힘들게 일한 의사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씌우고 다들 뒤로 빠졌다. 앞서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고, 책임지던 공무원들은 모두 나무 그늘 아래로 숨었는지 책임자 처벌은 현장에 있던 의사 출신 공무원들에게만 쏠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뒷이야기는 많이 경감을 시켜 줘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고맙기 그지 없는 하해와 같은 은덕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사건 발생 후 온갖 개선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경험과 연구 결과에 의한 시스템 개선에 국가는 땡전 한 푼 보태지 않고, 각 사립병원에게 각종 압박을 가해 병원시스템 개선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힘으로, 정당은 민중을 등에 업고…. 이런 것을 의료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규제를 철폐한다는 소리는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고 사는데, 의료계는 한걸음 앞으로 나갈 때마다 생기는 것이 각종 규제이다. 메르스 사태를 겪고 1년 후에 내가 깨달은 것은 정부도 믿지 말고, 정당도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 너 나이가 몇 살인데…. 이 멍청한…”

전에는 학생들에게 의사도 공무원이 되어서 정책 수립에 관여해야 하고, 실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그런 말은 했던 나를 반성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까불었다고 반성한다. 후배들아, 공무원 하다가 큰 일 나면 크게 다친다. 그냥 의사하면서 부디 몸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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