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혁 변리사
제네릭 의약품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하여 오리지널사의 특허권에 대한무효심판 또는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특허침해가처분 등 오리지널사의 권리행사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허가특허연계제도상의 판매금지가 발동되는 경우 제품출시가 지연될 수 있고, 무엇보다 경쟁 제네릭사가 우선판매품목허가(이하 ‘우판권’)라도 취득하는 경우에는 타사의 제품보다 9개월 늦게 출시되므로 영업·마케팅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사가 진행하는 특허심판을 손 놓고 보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작은 규모의 중소제약사도 특허분쟁에 뛰어 들고 있으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경우, 동일 특허에 수십개의 심판·소송이 동시 계속중인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동일 특허에 다수의 심판·소송이 청구되어 진행되는 경우, 특허법에 규정된 사항뿐만이 아닌 매우 현실적인 사정들, 예를 들면, 각각의 사건에 대한심결이 동시에 내려지는지 아니면 시간차를 두고 내려지는지, 각 심판마다 상이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는지, 또한 심판절차에서 충실하게 주장입증을 한 청구인과 그렇지 않은 청구인 사이에 차별점은 없는지와 같은 문제가 부각될 수 있는데, 그 중 심결시기에 관해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 있기에 이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다수의 회사가 동일 특허에 대해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청구시점이 엇비슷하다면 병합심리를 통하여 동일한 시점에 심결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고, 청구시점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먼저 청구한 사건에 대한 심결이 먼저 나오는 것이 통상적이고, 일반인의 상식에도 부합할 것이다.

그러나 특허심판은 준사법절차로서, 특허법 규정과 더불어 민사소송법 규정이 적용되는데, 특허법과 민사소송법에는 다수의 심판이 진행중일 때 어떤 심판을 먼저 처리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고, 심결시기는 전적으로 심판부 또는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다. 즉, 심결 또는 판결을 내리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심리가 성숙한 경우 심리종결 또는 변론종결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와 같은 판단은 판단자의 몫인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특허에 대한 다수의 무효심판이 진행되는 경우, 각 심판에 있어서 증거방법이 상이하거나 특별히 쟁점이 복잡하게 진행되는 경우, 남들보다 심판을 먼저 청구했다 하여도 뒤늦게 심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심결시기의 차이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선행심판의 무효심결이 확정된 경우

첫째, A사와 B사가 동일특허에 대해서 청구시점을 달리하여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A사가 청구한 심판에 대해서 무효심결이 내려지고, B사가 청구한 심판에 대해서 아직 심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A사가 받은 무효심결이 확정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특허권자가 A사가 받은 심결에 대해서 심결취소소송을 하지 않는 경우인데, 최근 오리지널사의 항소율이 감소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상황이 종종 발생할 것이다.) 이 경우, B사가 청구한 심판은 선행 무효심결에 의해서 해당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심결각하되게 되고 결국 B사는 형식적인 패소심결을 받는다.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누가 청구한 심판에 의하여 특허가 무효로 되든 제네릭 출시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당초목표가 달성되므로 후행심판에서 무효심결이 나오든 각하심결이 나오든 크게 중요하지 않았으나, 우선판매품목허가가 부여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A사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취득하고 B사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취득하지 못하게 되므로, B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즉, 어떤 회사가 먼저 심결을 받는지에 따라서 동일한 주장과 입증을 했다하더라도 심결은 먼저 받은 회사는 9개월간 독점적인 판매를 할 수 있고, 심결을 늦게 받은 회사는 동일한 심판을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9개월간 판매가 금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오리지널사가 항소할지의 여부를 알 수 없는) B사로서는 A사가 심결을 받은 날로부터 최소한 30일 이내에 심결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판매금지조치가 취해진 경우의 심결시기

둘째, 허가특허연계제도 하에서는 제네릭사가 품목허가신청을 한 후 20일 이내에 오리지널사에게 통지를 하게 되고, 통지를 받은 오리지널사는 통지를 한 제네릭사에게 대해서 판매금지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전에 무효심결 또는 비침해심결을 받아 두지 못하고, 심판이 진행 중이라면 판매금지 결정이 내려지게 될 것인데, 판매금지결정을 받은 다수의 제네릭 회사가 있는 경우, 심결을 받는 순서에 따라서 판매금지가 해제되는 순서가 결정되게 된다. 이때, 판매금지의 해제만을 생각한다면, 무효심결이 나온 경우에는 청구인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모든 제네릭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가 해제되므로 심결순서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의 경우, 비침해 심결(승소심결)로 인한 판매금지는 청구인에게만 미치게 되므로, 먼저 심결을 받는 회사만이 판매금지가 해제되고, 따라서 늦게 심결을 받는 회사는 판매금지가 해제되지 않아 시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판매금지가 해제되지 않으면 약가신청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 및 약가고시가 원칙적으로 매월 1일에 행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결시점의 차이가 일주일만 나도 실제의 약가고시시점이 한 달 차이가 날 수 있다. 결국, 동일 특허에 대해서 처방을 달리하는 복수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허가신청이 있고 이들 각각에 대한 권리범위확인심판이 청구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심결시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통지받은 날로부터 9개월이 경과한 경우

셋째, 우판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사가 통지를 받은 날’ 로부터 9개월 이내에 승소심결을 받아야 한다. 허가신청일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청구한 경우에는 상관이 없지만, 허가신청에 임박하여 심판을 청구한 경우, 어떤 회사는 위 9개월 이내에 심결을 받고, 일부는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우판권 취득으로 인하여 9개월 출시지연이라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9개월이라는 기한은 절대적인 기한이며, 이 시점을 전후하여 심결이 나오게 되는 경우, 심결이 늦은 회사는 우판권을 취득하지 못함은 물론, 경쟁사가 취득한 우판권으로 인하여 자사 제품이 판매금지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많은 심판이 청구되었으며, 현재 하나의 특허에 대해서 수십건의 심판이 진행중인 품목이 많다. 허가특허연계제도의 도입으로 인하여, 국내 제네릭사간의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진 이때, 심판결과 뿐만이 아닌 심결을 받는 시점에도 충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인데,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심결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경쟁사보다 여유있게 심판을 청구하여 두고, 나아가 절차진행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허가특허연계제도하에서의 또 다른 심판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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