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기 비투팜 대표이사
약학박사·MBA
지난 3월과 4월에는 비투팜 직원들의 한숨 소리가 자주 들렸다. 순식간에 급증한 우선판매품목허가 관련 심판청구 때문에 GLAS 특허분쟁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밤새기 일쑤였고, 주말에도 줄곧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소송대란’ 이라고 불리어질 정도의 엄청난 양의 특허심판청구로 인해 비투팜 뿐만 아니라 제약사의 담당자들도 2개월 내내 몸살을 앓았다. 담당 변리사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지난 3월에 신규 청구된 심판건수는 총 756건, 4월에는 928건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의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러한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치열한 다툼의 피상적인 면을 벗기고 그 이면을 보면 다양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3~4월 왜 심판청구 몰렸나?

먼저, 지난 3월과 4월에 왜 이렇게 많은 심판이 청구되었을까? 그 내면에는 남들보다 먼저 청구해서 우선판매 품목허가를 받고 싶은 마음과 남들이 청구할 때 같이 청구하지 않으면 나 혼자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공동으로 진행하는 소송이어서 내막을 정확히 모르고 청구된 것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도는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방위적으로 도전을 하다보니 목표제품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좀 부족했던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소송이 청구된 mirabegron(베타미가 서방정, 아스텔라스)은 허가된지 1~2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아직 비급여상태로써 시장매출은 전무한 상태이다.

게다가 동일한 회사(아스텔라스)의 대표품목인 베시케어와 적응증이 겹치는 측면이 있어서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파급효과가 있을지 고민되는 품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품목에 150건 가까운 심판이 청구되었고, 심지어 그 대상에 물질특허도 포함되어 있다.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심판 청구를 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과연 이런 현상이 납득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결국 이 물질특허에 대한 심판청구중에서 20건은 청구자가 취하하였다. 물론 아직도 28건의 심판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시장도 형성되지 않은 품목에 청구한지 1개월만에 취하할 심판이라면 왜 청구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두 번째로, 경쟁사의 눈을 가리기 위한 기발한 전략(?)들이 돋보였다. 최초로 심판 청구를 진행한 회사들은 가급적 경쟁사들이 본인들의 심판청구를 늦게 인지하도록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금요일청구가 늘어났다. 실제로 비투팜의 GLAS 자료를 기준으로 통계를 내보면 3월부터 4월말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적게는 42건, 많게는 389건의 심판이 청구되었다. 아무래도 금요일에 청구하면 토요일, 일요일은 인지 못할 테니 며칠이라도 눈을 가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소송 전략은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편접수로 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우체국 소인 찍힌 날이 청구일이 되어 매우 긴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한 전략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심판원과 거리가 먼 곳의 우체국에서 일반등기(절대로 빠른우편이 아니라)로 금요일에 접수를 하면 심판원까지 도달하는데 최소 5일은 걸릴 것이고, 접수된 서류를 심판원의 담당자가 전산에 입력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되므로, 경쟁사가 청구사실을 알게 될 때쯤이면 거의 14일에 근접하기 때문에 경쟁사들은 알고도 청구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몇몇 사례로 통계분석해본 결과 우편 접수된 소송의 인지기간이 짧게는 12일, 길게는 27일까지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놀라운 전략이 아닌가?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우편접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대부분 전자접수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간의 눈을 의식해서일까?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할까?

이런 치열함 속에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할까? 필자의 짧은 소견을 몇 가지 풀어보자면, 우선은 우선판매품목허가에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이미 시기를 놓쳤으므로 타사의 우선판매품목허가전략을 회피할 것인지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판매금지의 요건이 되는 동일 의약품이라는 정의를 잘 활용하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못받는 상황이 되었더라고 낙담하지 말고 신규염개량 신약이나, 신제형 개량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선택과 집중이다. 우리 회사에서 팔수도 없을 것 같은 품목에 도전하지 말고 의미있는 품목에 집중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자체 역량강화이다. 너무 주관사에만 의존하다보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끌려 다니게 된다. 실제로 필자에게 전화해서 ‘우리 회사가 어떤 품목에 심판청구 했나요’ 라고 물어보는 담당자들이 꽤 많았다. 밝히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역량강화만이 살길이라는 점은 잊지 말자.

제약사 역량 강화만이 살길

네 번째로는 심판종류를 잘 선택해야한다는 점이다. 특히, 조성물특허에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도전하는 경우에는 청구인의 처방을 명확히 기재해야하는 바, 연구가 덜 된 처방으로 심판을 진행하다가 본 생산을 위해서 처방을 바꾸게 된다면 다시 심판을 청구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선연구 후심판청구가 중요하다.

다섯 번째로는 취하할 심판이 있다면 피청구인이 답변서를 내기 전에 빨리 취하하자. 답변서가 일단 접수되고 나면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만 취하가 가능하다.

여섯 번째로는 특허심판청구에 대해서만큼은 별도의 사내결재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4일 이내 청구라는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결재시스템으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각적인 재가를 얻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시스템은 필수이다.

허특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2개월이 조금 지난 현재시점에서 취하건수는 3월에 51건, 4월에 44건, 5월에 137건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아마 6~8월까지는 더 많은 심판청구취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 회사의 영업영역과 전혀 맞지 않는 제품들에 대해 굳이 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꽤 많은 심판 취하가 이뤄지고 있다.

다음으로는 상대방이 답변서를 제출하기 전에 소를 취하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일설에는 상대방에게 통지되는 것을 최대한 지연하기 위해서 심판청구에 따른 관납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관납료를 납부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심판을 진행할지 취하할지를 결정해야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진행중인 약 1800여건의 심판 중에서 과연 몇 건이나 취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절반은 취하될 것 같다고 말하면 너무 비약일까?

올여름에는 심판청구취하에 대한 심층분석기사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