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기
(주)비투팜 대표이사, 약학박사, MBA

이제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2015년 3월 15일이 되면 제약분야의 품목허가에 있어서 허가와 특허가 연계되는 큰 변화가 시작된다. 특히, 이번 변화는 치열한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었는데,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특허등재목록(일명 그린리스트)에 등재되어 있는 품목은 10월말 현재 약 1600건에 달하고 있고, 특허는 중복을 제외할 경우 약 700건이 등재되어 있다. 이 700건의 특허에 청구된 소송의 건수는 300건이 넘는다. 특허 700건에 소송 300건이라면 상당히 큰 비율인데, 이 속사정을 뜯어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허가-특허 연계‘소송전’예고

연도별로 신규 청구된 심판 및 소송 추이의 통계를 내보면 2010년에 10건, 2011년에 37건, 2012년에 51건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71건으로 증가하였고, 급기야 올해가 아직도 두달이나 남았는데도 2014년에는 이미 150건의 소송이 청구되었다(2014년 10월 30일 기준). 이러한 추세라면 2014년에는 200건에 육박하는 소송이 청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수치는 소송이 급격히 증가한 2013년의 2배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산술적으로는 연평균증가율(CAGR)이 110%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온다.가히‘소송전(訴訟戰)’이라고 불릴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허소송에 대해서 모니터링(monitoring)과 경보 시스템(alert system)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의 회사에서는 최근 들어 거의 매일같이 신규소송이 청구되었다는 경보메일(alert mail)을 사용자들에게 보내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만큼 특허소송이 과거와는 달리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지난 10월 27일에는 무려 28건의 특허 심판이 청구되었다.

이렇게 많은 특허소송 중에서도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인‘바라크루드’(엔테카비어)의 특허소송이다.엔테카비어는 2015년 10월에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물질특허와 2021년 1월에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조성물특허가 등재되어 있다.

의약품 특허소송 관전 포인트?

이 제품의 제네릭으로 많은 회사들이 이미 품목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이지만 물질특허가 만료되지 않아서 아직 판매되지 못하는 상태이다. 대부분 물질특허가 끝난 다음에 시판하기 위해서 조성물특허에 대해서만 비침해심결을 구하는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2012년 제일약품을 선두로 시작된 소송에서 현재까지 18건의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1심)이 있었고, 이중 특허권자의 패소로 심결이 내려진 10건에 대해서 항소심(2심, 특허법원)이 있었다. 그리고 특허권자의 패소로 판결이 내려진 항소심 3건에 대해서 현재 상고심(3심, 대법원)이 계류 중이다. 이 소송에는 무려 19개 제약회사가 관련되어 있다. 현재 계류중인 모든 소송이 끝나게 되면 전체 50건 정도의 소송이 있을 것이고, 이러한 숫자는 국내특허소송 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소송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 주목해야할 것은 2015년 10월에 만료되는 물질특허이다. 일반적으로 물질특허는 무효시키기가 매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거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2013년에 특허권자가 미국에서 1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국내의 두개의 제약회사에서 물질특허에 도전하였는데 이때 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올해 6월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도 특허권자 패소 판결을 내리게 되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미 허가를 받았던 다른 국내 제약회사에서도 물질특허가 무효가 될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혹시나 이 제품과 관련하여 우선판매품목허가대상이 된다는 가정을 하게 되면 물질특허 무효 소송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2014년 6월을 기점으로 13개사가 무효심판과 소극적권리 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게 되었다. 현재 한참 심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에 따라서 1500억원이 넘는 엔테카비어 시장이 조기개화할 것인지, 아니면 물질특허 만료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결정될 것이다.

엔테카비어 소송이 전형적인 외자사와 국내 제네릭사의 소송이라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들로는 로수바스타틴복합제 개발과 관련된 특허소송이 있다. 이 소송 경우에는 소송당사자는 외자사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 개량신약 개발사들끼리의 경쟁이다. 그리고 국내사가 개발하여 등재된 암로디핀복합제에 대한 국내 제네릭사의 도전은 국내 원개발사와 국내 제네릭사의 소송전이다. 소송의 내용이 방대해서 여러 가지 관전 포인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기는 어렵지만, 향후 있을 해당 소송들의 진행 상황에 모든 회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핑보드에 올라탄 자는 누구?

필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제약업계에서 커다란 파도가 밀려온 적이 몇번 있었다. 첫 번째 파도가 의약분업이었고, 두 번째 파도가 포지티브리스트로 대변되는 약가제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 두개의 파도가 가져온 파장은 생각보다 컸는데, 제약기업의 매출순위가 완전히 뒤바뀌는 일이 생기는가하면, 좀 더 높은 약가를 받으려고 수많은 허가 전략이 난무하기도 했었다. 이 파도를 서핑 하듯이 잘 타고 넘은 회사는 성장을 구가했고, 미처 서핑보드에 올라타지 못한 회사는 파도에 휩쓸려버렸다.

이제 세 번째 파도가 오고 있다. 피상적으로 그리고 지극히 단순화해서 보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을 수 있다. 특허장벽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치왁스만법 이후의 미국의 변화를 보면 제네릭과 개량신약개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고,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LCM(life cycle management)전략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허와 허가가 만났을 때 어떤 2세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해지는 때이다.자, 이제 서핑보드에 올라탄 자는 누구인가?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