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4년 5월 13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에게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이 놀랐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일반에게는 극히 제한된 내용만이 알려져 있었다.

즉, 폐암으로 투병했던 사실, 부축이 필요할 정도로 걸음이 편하지 않다는 정도였는데 심장마비로 심폐소생술을 했다니…….재벌그룹의 회장이며 계열사로 훌륭한 의료기관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고 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전개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이 회장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회복을 기다리고 있으니 글이 발표되는 시점에는 충분히 건강을 되찾았을 것이다. 필자는 심장전문의 또 심폐소생술 전문가로서 발병에서 회복되는 여러 과정을 하나하나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보도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호흡곤란으로 10일 밤 10시 56분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도착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고 곧 심장기능이 회복되어 11일 0시 15분 삼성 서울병원에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스텐트 등 심장시술을 받고 회복 중’이란 내용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 회장은 당일 저녁 소화가 안되고 등도 아프고 시간이 가며 호흡곤란을 느껴 10일 밤 10시 56분 순천향대학병원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이송도중에 컨디션이 아주 좋지 않았다고 하며 응급실 도착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였다고 한다. 아마 증상 발현 당시에 급성심근경색증이 발병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성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동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현상이다. 멀쩡한 혈관이 막히는 것이 아니고 대개는 이미 상당히 좁아져있던 혈관이 어느 순간에 혈전으로 완전히 막히게 된다. 그 결과 해당 동맥으로 혈류를 공급받던 심장근육의 괴사가 생기게 된다. 전형적인 증상은 심한 흉통으로서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심하게 아프고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쌓이게 된다. 그러나 연세가 많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흉통이 그리 심하지 않은 수도 있다. 흉통 말고도 심장근육의 수축능력이 급격히 감소해 숨이 차게 될 수도 있다. 보도에는 흉통보다는 호흡곤란이 언급되어 있다. 이 회장의 경우 72세의 고령인 점과 당뇨를 앓고 있는 이유로 흉통이 현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급성심근경색증에서 더 위험한 것은 급사의 위험이다. 관동맥이 혈전으로 갑자기 막히게 되어 급성심근경색이 생기면 심장근육의 괴사뿐 아니라 치명적인 심실부정맥이 잘 발생하게 된다. 심실세동이란 부정맥인데 바로 심장마비의 부정맥이며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면 심실세동으로 인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실제 성인 돌연사의 대부분이 금성심근경색증으로 인할 정도이다. 영화에서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심장발작(heart attack)이라고 부른다.

위 그림은 심장마비 부정맥인 심실세동 - 상단의 왼편 부분이 심폐소생술의 중요 요소인 전기충격(shock) 후 정상리듬을 회복하는 심전도 기록을 보여준다.

순천향대 병원에 도착한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만일 가까이 있는 순천향대 병원을 두고 멀리 삼성의료원을 향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심장마비에서 예후를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얼마나 신속히 소생술을 시행 했는가 이다. 병원 내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숙련된 의료진과 완벽한 장비가 준비되어 있어 신속히 적절한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어 경과가 좋다.

이 회장의 경우에도 역시 경과가 좋아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심장기능이 잘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ROSC(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 자발순환회복)라고 한다. 심장이 스스로 박동하고 혈압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관삽관이 필요했던 것을 보면 호흡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의식상태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데, 아마 의식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응급실에서 소생술을 시행하며 의료진은 병력청취와 진찰과 검사 등을 통해 급성심근경색증이 심장마비의 원인일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막힌 동맥을 빨리 개통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을 개통해 허혈을 덜어주어야만 위험한 심실세동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고 또 심근손상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이나 호흡은 회복하지 못했어도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고 혈압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판단해 다음 단계의 치료는 삼성병원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이송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 이 회장을 삼성의료원 말고 가까운 순천향의대 병원에 미리 연락을 하고 신속히 옮긴 것은 매우 잘한 일이지만, 승용차보다는 앰뷸런스로 옮겼어야 한다. 응급실을 찾겠다고 결심을 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인데 당연히 경험 많은 구조대원과 구급장비를 갖추고 있는 119 앰뷸런스로 이송하는 것이 안전하다. 응급실 도착 직후 심장마비가 왔다고 하는데 만에 하나 승용차 안에서 일을 당했다면 어쨌을까 아찔하다.

11일 0시 15분(40분이란 보도도 있음) 이미 준비하고 있던 삼성병원에서는 도착하자마자 혈관조영실로 옮겨 관동맥 조영술을 실시하고 막힌 혈관을 풍선으로 넓히고 스텐트란 금속그물망으로 지지하게 하는 시술, 즉 경피적 관동맥중재시술(primary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primary PCI)을 시행하였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고 풍선으로 혈관을 개통시키는데 걸리는 시간(door to balloon time)을 90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골든 타임이다. 이 회장의 경우에는 이 골든 타임 내에 시술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과정에 에크모(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란 치료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산소공급에 지장이 있는 비교적 중한 경우에 하는 체외순환시술이므로 이를 시행하였다는 것은 당시에 증세가 가볍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면 치료진이 VIP를 좀 더 철저히 보살필 필요가 있어 했는지는 모르나 일반적은 아니다. 다행히 현 시점에서 에크모는 제거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니 심장의 상태는 상당히 안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급성심근경색증에 이어 심장마비가 발생해 성공적인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이 돌아왔고 경피적 관동맥중재시술로 막힌 관동맥도 개통이 되어 심장은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12일 현재 의식상태가 회복되었다는 보도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심정지후 심장이 잘 회복되어도 제일 걱정되는 것은 뇌손상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소생술 이후에 뇌손상의 우려가 있으면 저체온 치료를 하게 된다. 저체온요법은 심실세동 심정지환자에서 뇌손상을 최소화시키는 효과가 입증되어 권고되는 치료방법이다.

저체온요법으로 체온 32-34도로 12-24시간을 유지시키게 되는데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어름마사지, 냉각용 담요나 헬멧, 체온을 일정하게 낮게 유지하기 위한 전용 도자를 사용하게 된다. 24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체온을 정상으로 올리게 되는데 저체온 상태에서는 의식이 혼미하다. 따라서 저체온요법이 종료되는 시점이 되어야 뇌손상이 있었는지 또는 얼마나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회에 얼마나 맑은 인지기능을 유지한 상태로 복귀하는가는 결국 얼마나 이른 시간에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졌는가에 달려 있다.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익혀야 하는 이유이다.

노 태 호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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