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百家爭鳴,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움)식의 의료제도 개선안이 난무한 가운데 의료계의 벼랑 끝 협상 전술로 가까스로 제2차 의정협상안이 도출된 상황에서 의협 내홍과 별개로 세부이행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건보공단과 의약계간 ‘2015년도 수가협상’ 즉 ‘수가 전쟁’의 막이 오른다.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던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편에 관한 사항을 2차 의정협상안에 담았지만 공익대표 위원 구성에 대해 의료계와 복지부간 현격한 해석차이로 설왕설래가 빚어진 가운데 건강보험법개정안에서 이를 어떻게 반영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의협과 복지부 간 의정합의안에 따른 원격의료 등 39개 의료개선 아젠다에 대한 진행방안을 협의하는 이행점검단 회의가 전개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원격의료 및 건정심 개선 등 의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상호 해석상의 큰 차이에서 빚어진 갈등이 봉합(치유)될지 인식 차이로 접점을 찾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병원협회는 한국 의료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의 중앙단체로서 의료수가 적정화 및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의협을 포함한 전체 의료계가 힘을 합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 서로 이해가 다른 부분을 제외하고는 공조(共助)를 안 할 이유가 없으며 이같은 점을 분명히 제시한 바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대학병원의 임상시험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에 대해 병협과 의협이 한 목소리로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 것이 이심전심으로 공동 협력을 한 예이다.

전체 의료계가 저수가문제의 근본적인 해소, 즉 수가 정상화 등의 목표를 관철하는데 공동전선을 펴나가야 하며, 수가 현실화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므로 대국민, 대언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

의·정 협상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병협은 정부와 상시 의료정책에 관하여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하고 있음), 병원협회는 관전자가 아닌 경기에 뛰는 플레이어와 똑같은 입장에서 협의과정 하나하나에 대해 마음을 써왔다.

한국 의료의 50% 이상을 담당하면서 중증질환 및 암치료 등 의료핵심을 감당하는 의료기관의 대표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의정합의 결과가 정책으로 옮겨지게 될 내용들이 국민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병원운영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협의 과정 및 내용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못지않게 화급한 사항이 수가-보험료 적정화를 통한 의료의 정상화이고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의 화합이 필요한 시기이다.

1977년 건강보험 도입 이래 37년째 저수가 정책이 지속되어 병원 종별 규모별 구분없이 대학병원 마저 고사위기에 내몰린 상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몇해 전 용역 결과 의료원가율이 73.9%로 나타났으며, 2012년 기준 건강보험 급여행위에 대한 원가보전율이 82∼86%에 머무르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결정짓는 건강보험료율에서 한국은 매년 소폭씩이나마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5.9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10%를 훨씬 넘는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수가가 의료원가에 계속 미달하게 된 원인이 저보험료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수가 결정구조개선이 무르익은 마당에 의료계의 분열로 인하여 지연 되거나 방해가 된다면 그책임은 어떻게 감당 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분열의 근본원인을 찾아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윤수 대한병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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