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01.10.26) 만성신부전증 환자 한 분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보건복지부 장관님 귀하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북 고령군의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임○○입니다. ……저는 시골의 자그마한 별정우체국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여 오면서 그런대로의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꾸려왔습니다. 그러던 중 1997년에 만성신부전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아 지금은 주 3회에 걸쳐 혈액투석으로 치료를 받고있습니다. 만성신부전증이라는 병이 원래 온몸이 피곤하고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가 없어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보니 가족들의 생계는 물론이고 투석치료비를 마련하기가 여간 어려운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 이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을 때 정부에서 저희들과 같이 소외된 난치병 환자들에게 2001년 1월부터 치료비를 지원받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맙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장관님 정말 감사합니다. ······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초미의 현안이던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한편으로는 사회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대책을 세우느라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 하나만을 가지고 달려 온 셈인데 국민으로부터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보니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더욱 솟구쳤다. 앞으로도 사회의 취약 계층을 감싸안고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새로워졌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문자 그대로 보기 드문 질환이나 고치기 어려운 질병군을 말한다.

비교적 흔한 질환이더라도 난치성이 강한 질환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범위까지의 질환을 구체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보느냐는 그 사회의 인구요인이나 질환 구조 등에 따른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20만명 이하의 유병율을 가진 질환으로, 일본은 5만명이하의 유병율을 가진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에는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의되고 있지 않다. 다만 '희귀의약품관리규정'에서 2만명이하의 유병율을 가진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약품을 희귀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그 범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물리치는데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데는 몇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질환자 개인을 놓고 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뿐더러 특히 아동의 경우에는 성장발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는 이 질환이 환자 가족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부담은 물론 가정파탄에 이를 정도의 과중한 의료비 부담을 주고 있는데도 오히려 진단 및 치료연구에서 소외되기 쉬운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만성신부전증 투석환자 580여명, 혈우병 900여명, 고셔병 12명, 근육병 200여명 등 총 690여명 환자의 병원 진료비 중 일부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하여 국고와 지방비를 합쳐 약 453억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해 오고 있다. 내년에는 베체트병 330여명 및 크론병 60여명을 추가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대상 질환을 확대함으로서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마음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민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캐나다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국가가 주된 역할을 맡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하게 정부 차원의 접근 방식을 따르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1960년대부터 산발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급사업과 연구사업을 실시해 오다, 1972년에 특정질환대책사업(特定疾患對策事業)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처음에는 스몬병, 베체트병, 중증근무력증, 전신성홍반의 4개 질병을 대상으로 하던 것이 현재는 46개 질병에 대해 치료비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를 포함한 118개 질병연구를 위해 구성된 48개 연구반에게 까지 지원범위를 넓히고 있다. 관련 예산도 1972년에 86억엔으로 시작하여 2000년에 970억엔 즉,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예산의 약 75퍼센트는 의료비 지원에, 나머지는 조사연구와 필요 의료시설의 확보·정비 및 삶의 질 향상분야로 나누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예를 보면서 우선은 부러운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끄집어 보게 했다. 정부는 희귀·난치성 환자들을 돕기 위해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기초자료를 널리 수집하고 소요 예산을 증액하고 환자들 간의 자조단체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할 것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는 지원대상 질환의 우선순위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결정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4월에 모 텔레비젼 방송사가 주관한 '희귀병환자에게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사랑의 릴레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가 고셔병이나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들을 직접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에 생각이 미치자 다시 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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