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규정-약사법 시행규칙 상충…약사회 차원 지침 있어야

농림부의 규정과 약사법 시행규칙 중 상충·미흡한 부분이 있어 법령에 대한 정리와 약사회 차원의 정확한 지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약국의 조제과정에서 소분에 대한 법령 해석차이로 수사의뢰까지 진행되다가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정확한 지침 없이는 앞으로도 고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부천에서 동물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약사가 동물약 조제 때문에 홍역을 치뤘던 일이 대표적이다.

A약사는 지난 4월 민원인 B씨로부터 반려견에 대한 감기약 요청에 따라 동물용 감기약 1일분을 조제했다.

문제는 부천시청 담당직원 C씨가 약국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C씨는 A약사의 약국에 방문해 B씨 반려견의 감기약 조제내역을 요구해 받아간 후 한달 뒤 A약사를 법 위반으로 수사의뢰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A약사는 조제 행위를 개봉 판매로 변경하여 수사를 의뢰한 사유를 문의했고, C씨의 행위는 불특정 다수에게 '개봉'해서 판매한 사항이 아닌 '조제'를 한 것임을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C씨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답변서(유권해석)를 근거로 고발하라고 회신됐다며, 수사의뢰를 강행한 것이다.

농림부는 답변서에서 동물약국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개봉·판매한 행위에 대한 행정 처분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동물용 의약품 등 취급규칙 제52조(행정처분기준)에 수의사 처방전 없이 개봉판매한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이 규정돼 있지 않아 행정처분은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약사법 제48조(개봉 판매 금지) 및 동물의약품등취급규칙 제22조의3(동물약의 개봉판매) 규정을 위반한 사업으로 관할 경찰서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조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약사도 진정서를 통해 C씨가 민원인의 잘못된 신고를 사실관계 확인없이 합리적인 판단을 미루고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 것은 편파적이기 때문에 시정과 C씨의 징계를 요청했다.

A약사는 진정서에서 "약사는 약사법에 따라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동물용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며 "조제는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행위"라고 정리했다.

이어 "동물약은 현재 의약분업이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약사의 동물용 의약품 조제가 법률에 명시돼 있는 바, C씨의 행위는 법률에 근거한 합법적인 행위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수의사 등 상대방의 의 근거없는 민원제기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편파적인 행정행위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A약사 변호인 측에서도 의견서를 제출해 "약사법 및 시행규칙에서 약국개설자의 수의사 처방전 없는 동물약의 판매 및 조제행위를 허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약품의 개봉행위는 당연히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고발은 동물약의 조제를 둘러싼 약사와 수의사 간 직역다툼에 의한 것"이라며 "A약사는 약사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므로 무혐의처분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약사회 법률자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약사회는 "약사법 시행규칙 제13조에서 동물용 의약품에 관한 임의조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약사법 제48조에서 개봉판매금지의 예외로 처방전에 따른 조제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약국개설자는 의약품을 개봉하여 동물용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고 자문했다.

결국 사건을 담당한 경기부천오정경찰서에서는 조사대상자인 A약사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워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약사사회 한 관계자는 "현재 농림부에서는 소분 자체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약사법 시행규칙에서는 조제가 가능하다고 돼 있어 상충되는 부분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이번 무혐의 처분 이후 똑같은 형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동물약과 관련해서 대한약사회, 시약사회의 확실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