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 반대 구호속 '수가 개선'집착 전략 노출

김재정 의협 회장과 김화중 복지부 장관과의 지난 1일 회동에서 양측 모두 원칙론적 입장만 확인한 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평가되어 '면피용 회동'이 아니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줄기차게 천명해 온 김재정 회장이 이날 면담에서 'DRG 강제시행 반대 입장'을 1쪽의 짤막한 내용으로 밝힌 반면 22개 항에 달하는 각종 의료정책 및 제도 개선 사항을 무려 11쪽 분량으로 제시한 것은 이같은 추론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따라서 DRG가 정부 방침으로 굳어져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뒤늦게 간파한 의협이 'DRG 반대 입장'을 전면으로 내세워 정부를 압박하면서, 올 하반기 상대가치 개정 작업을 통해 내년도 수가를 적절히 보전 받기 위한 전략 수정의 한 방편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의료계 주변에서는 'DRG 전면 확대 시행'의 경우 '참여 정부'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이미 복지부의 손을 떠나 당정 차원에서 적극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시행 시기나 참여 범위 등 단지 방법론상의 문제만 남겨져 있을 뿐 시행 방침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비등한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지난달 27일 김광태 병협 회장이 김화중 장관을 방문, '1차와 2차 종합병원은 오는 11월부터 시행하고 3차 의료기관은 6개월 유보한다'는 정부안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서비스 평가를 병협 주도로 시행토록 한다'는 선물을 얻어내자 의협이 당황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장관 면담을 이뤄냈지만 정부를 움직일 마땅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법정 단체화'에 이어 'DRG-의료기관 평가'의 빅딜(?)로 병협을 정책 파트너로 간주하기 시작한 복지부에 대해 의협은 '전국의사 반모임' 행사와 의대학장협의회, 전공의협의회, 교수협의회, 원로 고문단 회의 등과 잇단 접촉을 갖고 DRG 반대 명분을 축적시키고 있으나, 상호 주고받는 정책적 조율 기능은 병협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취임 6개월이 지난 김재정 회장이 김화중 장관과의 두 번째의 공식 면담에도 불구하고 '요구 사항은 많으나 결국 들어 줄 사항이 없다'는 입장차이만 확인한 셈이어서, 올 하반기 의-정 관계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어려운 국면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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