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공언했던 대로 정부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의과대학에 배분하는 작업을 마쳤다. 이런 결말에 ‘2000명 증원은 무리’라며 극렬하게 반대해 온 의료계는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랑곳없다. 한 치의 유두리도 없이 정해 둔 로드맵대로 가겠다는 태세다. 반면 의료계 주변에서는 ‘파국은 이제부터’라는 극단적인 전망이 높아 의료사태의 새로운 불씨를 키우는 시작인 것 같아 걱정이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의사들의 반발에 따른 의료대란이다. 궁극적으로는 끝내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거나 못한다면 내년부터 전문의 배출이 멈춰지는 등 그 연쇄적인 파장이 상상을 초월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의학교육 부실과 의료개혁으로 포장될 각종 의료제도와 체계의 변혁 등 우려되는 대목이 한 둘 아니다.

발등의 불은 대학병원의 기능 마비다.
벌써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결행한 지 한 달여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 대학병원이 근근이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교수들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들도 힘이 소진되었고, 정부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지자 이제 손을 놓겠다고 한다. 이미 교수협의회에서는 진료축소를 선언하고 나왔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대학병원에서 교수들마저 손을 털고 일어난다면 응급진료와 중환자실 운영 중단 등 정말 끔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비상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비상상황’으로 이 나라 의료체계를 지탱하겠다는 것인가. 물리적인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전문가들을 무리하게 법으로 얽어매서 시스템을 작동하기는 더 더욱 어렵고, 그리 되어서도 안 된다.

극단적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그 해법은 전공의들을 하루빨리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와야 국민이 살고, 의료의 맥이 끊이질 않는 다는 점을 정부가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사표를 던진 전공의들이 그냥 돌아 올리는 만무하다. 합당한 명분과 담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와 함께 업무개시명령의 전면 폐지, 수련환경 개선 등을 요구해 왔다. 이 가운데 ‘의대증원’은 대못을 박아 당장 돌이킬 수 없다면 차선으로 나머지 2개의 제안을 전폭 수용하여 큰 불을 꺼놓고, 향후 의대정원을 축소할 수 있는 기전을 포함하여 중장기적인 의료개혁방안을 도출키로 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으면 한다.

지금도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강조하면서도 “그들이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말에 진정성이 있고, 절박함을 인식하고 있다면 전공의들의 복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제적인 조치와 노력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그래야 교수들이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 또한 전공의가 복귀해야 의‧정 대화의 장도 만들어 질 것이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 모두 당장의 책무로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지금은 '인과 관계'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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