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어느덧 디지털 전환에 따른 많은 변화들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안착되고 있다. 한 예로 새로운 제품의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제품 위 QR코드를 찍어 동영상을 보고, 식당 테이블에 앉아 QR코드를 통해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한다.

김은화 <br>KRPIA 허가·연구&amp;의료위원회 총괄 전무
김은화
KRPIA 허가·연구&의료위원회 총괄 전무

그럼 의약품에서의 디지털 환경 변화는 어떠할까? 우선 의약품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의약품 설명서를 읽어야 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전문의약품의 경우는 의약품에 대한 정보 내용이 종이로 수십 페이지에 달한다.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식약처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시범사업이 있다. 의약품 정보의 전자적 제공, E-labeling 시범사업이다. 종이 첨부문서로 제공하고 있는 의약품에 관한 정보(효능효과, 용법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를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표기된 QR 코드를 통해 휴대폰으로 접속하여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024년 의약품 정보 전자적 제공 대상을 109개 품목 27개 업체로 확대·공고했다. 올해 적용 대상은 지난해 27개 품목에서 82개 추가되었으며 바이오 의약품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었다.

E-labeling은 환자와 의료전문가가 현장에서 용이하게 최신 의약품 정보에 접근하여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볼 수 있고, 또한 회사들은 최신의 의약품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과제도 남아 있다. 고령자 등 정보 취약계층 등을 고려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규격화된 데이터베이스 구축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중앙화된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 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2차 시범사업을 거쳐 소비자, 업계 그리고 정부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elabeling 제도가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디지털 전환시대의 큰 변화는 임상시험 영역에서도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은 수년에 걸쳐 종이 문서에 환자별 데이터를 모으고 결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의료당국은 특히 코로나19의 신속한 극복을 위한 백신 개발에서 비대면 임상을 적극 활용하였다. 임상시험 참가자를 한곳에 모으는 대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또한 이러한 분산형 임상시험이 디지털 전환시대의 새로운 변화다. 이는 임상 연구의 일부 또는 전체가 기존의 임상시험 기관이 아닌 참가자의 집이나 지역 의료시설 등에서 진행하고 연구 데이터가 온라인으로 수집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요소로는 원격 데이터 모니터링, 디지털 데이터 수집·관리, 전자동의, 비대면 진료, 온라인 환자 모집, 모바일·홈방문 서비스 등이 있다. 이는 임상 참여자의 폭과 다양성을 확대하고 접근성을 개선한다. 임상시험의 효율성 향상뿐 아니라, 희귀질환 연구 촉진 등 많은 이점이 있다.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분산형 임상시험을 적극 권장하며 수행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제도 도입을 위한 노력들을 해오고 있으며, 다주체 규제 선진화 협의체인 ‘ARICTT’와 분산형 임상시험 이니셔티브인 ‘DECENT’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식약처는 임상시험 전자동의 가이드라인을 지난 12월에 개정하고 올해는 민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본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DECENT는 원격 모니터링 체계 개발 및 확장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차원의 한계와 관련 제도의 부재 등으로 분산형 임삼시험의 도입을 가로막는 요소들은 산재해 있다. 신기술의 발전과 환경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선진형 임상시험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및 약사법과 같은 관련 규제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 부처간 협조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분산형 임상시험의 도입은 국내 제약산업이 제약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요소인 임상시험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내 환자들이 글로벌에서 개발되는 신약의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의 환경 변화 속에서 Elabeling 제도, 분산형 임상시험 제도 등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들의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은화 KRPIA 허가·연구&의료위원회 총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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