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각계 전문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 정책 토론회 개최
변화될 전달체계 맞는 ‘필수의료’ 강화 물론 ‘의료이용 제한’ 국민 수용 필요성 제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조건으로 필수의료 충족과 의료이용 변화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료전달체계 정책 변화에 맞는 필수의료 강화가 이뤄질 수 있는지, 의료공급이나 재정적 한계에 따라 다소 불편해질 수 있는 의료이용 방식을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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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15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상생의 전달체계)’를 개최하고, 이 같이 입을 모았다.

우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수경 건강보험혁신센터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을 발표하며, 지역 내에서 의료기관 종별 적합한 기능을 부여하는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환자 질병 주기별 합리적 의료공급·이용을 유도, 지원하는 다양한 시범사업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완결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방향 및 과제’를 발표하며, 기능·수요 중심의 제공체계 및 지역 수요 기반의 이용체계 구축 방안과 지역의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제안했다.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패널들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의견을 제시했는데,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가 제시한 ‘필수의료 보장 대한 범위’와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의견이 개진됐다.

정재훈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정책에 대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해결의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과연 전달체계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도입될 때 비용효과적일지, 전달체계를 잘 지키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절감되는지 등 근거 축적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우리가 가진 의료전달체계 현황과 전달체계가 들어왔을 때 어떤 효과가있을지, 최소한의 비용절감이라도 있을지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은 지금이 화양연화의 시기로, 그나마 가장 잘 작동하고있지만 의료수요 증가와 재정이 줄어들면서 악화되는 일만 남아 패러다임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필수의료와 의료전달체계가 어디까지 정립돼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보장해야할 영역, 아닌 영역을 나눠야하는데, 이 때 보장할 영역이 필수의료라면 종별이 아닌 질환을 중심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수요와 관련해서는 “의료비용이 계속 증가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이 추세를 둔화시키지 않는다면 재정을 감당하기는 어려워진다”며 “정부·학계는 전달체계 확립이 의료이용에서 장벽을 만들어 불편하게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의료시스템이 조금더 오랫동안 유지가능해진다는 숨겨진 목표를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작년, 재작년에도 소아과 산부인과 수가를 올릴때 개원가수가와 종합병원 수가를 일괄로 올리면서 진료건수가 많은 개원가로 몰리게 됐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1차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가 있는가”라며 일괄적 수가인상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전문병원제도를 시행하면서 외과와 흉부외과의 가산 수가제를 만들어버리니 대학병원에 있던 교수나 전문의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서 바로 앞에 개원을 한다. 그러면 같은 의료행위를 해도 흉부외과 전문의 면허가 있으면 더블로 받게 되는 것”이라며 “종병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개원가는 넘쳐나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는 아니라지만 결국에 개원가가 좋아하는 시스템으로 계속 갔다”고 지적했다.

한정호 실장은 “의료개혁도 좋고 의사수를 늘리는 것도 좋은데,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안하고 10~20년 뒤 성과가 나올 제도만 계속 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국 개혁을 하려면 돈을 가는 곳으로 가도록 해야한다. 자본을 중증행위에 집중해야 하고, 아무리 상징적으로 의사수를 늘려봐야 돈 되는 개원가로 가도록 하면 소용이 없다. 이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혁을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료수요와 전달체계 불편에 대해서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취지에 동의하며 국민인식도 전달체계 개편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의료이용이 많고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지금까지 국민의 선택을 제한하는 부분과 의료이용 행태를 제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의료 전달체계를 포함해 비급여문제, 그다음 비대면진료나 여러 의료 현안문제들을 개혁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의료정책패키지도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이 된다. 현실화를 위해 다양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고, 성공을 위해서는 저는 국민들이 의료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의료 이용 행태를 이제 변화시키는 부분들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한 축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전달체계의 방향성은 5년전에도, 10년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인데, 메르스 때나 코로나19 때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들이 줄어들면서 정상화의 계기라는 말을 계속해 왔으나 감염병 상황이 딱 끝나고 빛의 속도로 원상복귀되는 문제들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그런 전철을 다시 밟지 말자는 것이 정부의 강한 의지이고, 국민적 공감대”라고 말했다.

정경실 정책관은 또한 “이제까지의 보건의료 정책에서 논의해 결과물을 내 왔던 파트너는 공급자들이었다”며 “의료 현장에 있는 병의원, 의료인을 중심으로 (정책 논의가) 가다보니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세부각론으로 가면 본인들에게 유리한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고, 결과가 왜곡돼 문제가 발생하게 돼 왔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개혁의 이니셔티브(계획)를 국민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에 의료 이용자 부담을 주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갈 때 선택하기 쉽지 않다. 이때 의료 소비자가 일부 불편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전달체계를 제대로 가져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확고히 갖고 같이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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