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유급통보...휴학계 미처리시 다른 의대생들도 유급위기
전공의 이탈과 행정처분 위기속 병원 의료대란도 초읽기..공보의 투입효과 미약
의료계-정부 대화창구 구성은 평행선...모호한 대표성이 문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대생 집단유급과 전공의 및 의료진 이탈로 인한 의료대란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으나 의료계와 정부간 대화 창구 구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대화에 참여할 의료계 대표가 누구인지에 대한 대표성을 정부가 모호하게 제시한 까닭에 강대강 대치만 이어갈 뿐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림대 의대에서 처음으로 의대생 80여 명에게 유급이 통보됐다. 해당 학생들은 수업 거부로 인해 출석일수가 미달됨에 따라 유급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의대 측은 보강이나 온라인 수업, 학사일정 조정으로 집단유급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시적 조치일 뿐, 제출된 휴학계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결국 유급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대생들은 아무리 대학 측이 휴학계를 처리를 미루더라도 3월 26일이 지나면 수업일수 부족으로 인한 F학점을 받아 유급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여기에 전공의 이탈과 교수 사직 등으로 인한 의료대란 위기도 점점 뚜렷해지는 중이다. 현재 전공의들은 3월 18일을 기준으로 사직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각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날이 2월 19일이기 때문에 3월 18일이면 한달이 지나고, 병원장의 사직 인정과 관계없이 전공의 사직이 민법상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들의 자발적인 사직도 늘어가는 가운데, 교수협의회 차원에서도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4일 오후 회의를 열고 의대생 유급과 전공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별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19개 의대교수 비대위의 경우 15일까지 사직서 제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건보재정을 풀어가며, 공공병원과 2차병원까지 가능한 의료자원을 총동원하는 한편, 공보의를 현장에 파견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응급실 운영난과 병원 내 각종 업무로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 A대학병원 관계자는 “공보의들이 투입되기는 했으나, 응급의료나 필수의료 위주로 투입되어 외래나 수술 파트에서는 한계를 느낀다”며 “당직 등을 분담한다고 하더라도 전공의가 있던 시기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랄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긴급 투입이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중이다.

◇ 대화 요청하지만 원점논의 조건·의료계 대표성 등 이유로 평행선...강대강 대치만 지속

이처럼 상황은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 대화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정부는 교수들의 집단행동에도 행정대응이 가능함을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경대응과 별개로 협상을 얘기하지만 ‘대표성’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걸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등은 대표성을 갖춘 구성을 이룬 후 의료계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종주단체를 자처하는 의사협회에 대해서는 개원가 위주 구성이라는 이유로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 대통령실을 통해 지난달 말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교수단체도 전의교협과 다른 비대위가 존재하는 등 대표성 문제는 미궁에 빠지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방재승 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이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대증원은 1년 유예하고 OECD 등 객관적인 연구 주체를 통한 연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갈 것을 제안했다.

서울의대가 포함된 잔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까지 각 대학교수 사직서를 제출받은 뒤 제출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의사협회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중재안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의대증원을 논의한다면 원점 재논의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국의대 교수 비대위를 의식한 듯 소통 창구 단일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전의교협와 결이 다른 비대위가 따로 있어 국민과 회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의협의 공식 산하단체격인 전의교협을 통해 창구 단일화 내지 합의점을 찾는 게 어떻겠냐는 정도의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협회의 교수 소통창구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