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셉·스네어 수가 유지 촉구…‘소통 없는 강대강’ 피해 우려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위대장내시경학회가 정부 필수의료정책이 내시경분야에도 위협으로 다가와 생명과 관련된 검사까지 지장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지난 1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43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 의료정책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장웅기 회장<사진>은 “최근 의료계는 짧은 기간 동안 큰 이벤트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졸속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 회장은 “이는 왜 필수의료가 붕괴돼 가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 즉 생명과 관련된 행위와 검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저수가 정책, 그리고 의료사고와 직결되는 필수의료가 사고 시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배상 판결로 이어지는 부담감 등이 주요 근본 문제인데 현재 추진하는 상황은 오히려 필수의료를 더욱 죽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특히 내시경과 관련해서는 내시경의 포셉과 스네어 가격을 국민건강이라는 이유로 의사들이 내시경을 포기할정도로 깎아내리고 있다고 학회는 지적했다.

장 회장은 “OECD 중 최저수가인 내시경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재 가격을 치료재 재평가라는 이유로 인하하려 하고 있다”며 “포셉과 스네어 수가는 그대로 둬야 한다. 만약 수가를 인하하겠다면 생명과 관련된 내시경 검사가 침습적 검사와 술기인 것을 감안해 내시경 위험관리료를 신설해 수가 보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고의적 의료사고가 아니라면 이를 면제해주는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을 촉구한다”며 “그래야 필수의료가 그나마라도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학회는 지난해에도 정부가 포셉과 스네어 등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의 정액수가를 60% 인하하는 것이 의료서비스 제공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학회에 따르면, 위장관 내시경 분야는 검사 자체의 의료행위가 선진국에 비해 말도 안 되는 저수가(미국의 50분의 1)로 책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검사나 시술 중의 위험도는 과소평가된 채 상대가치점수에 반영돼 있는 상황이다.

결국 내시경학 분야도 검사나 시술 시 위험도를 반영하고 보상해주는 수가가 확립되지 않는다면 일부 지역에서 심장혈관 시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기가 어려운 것처럼 응급내시경을 받을 수 없는 지역도 생겨날 것이라고 학회는 지적한 바 있다.

(왼쪽부터)위대장내시경학회 은수훈 공보부회장, 곽경근 간행부회장(차기회장), 장웅기 회장, 박근태 이사장, 조승철 공보이사.
(왼쪽부터)위대장내시경학회 은수훈 공보부회장, 곽경근 간행부회장(차기회장), 장웅기 회장, 박근태 이사장, 조승철 공보이사.

학회 박근태 이사장(대한내과의사회장)은 최근 모든 의료 이슈를 차지하는 ‘의대정원 증원’이 강대강 구조로 가는 것을 우려했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바꿀 용의가 없다면서 대화에 나서자고 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박근태 이사장은 “포셉, 스네어 치료재료 재평가 등 내과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으나 모든 것이 스톱됐다. 모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의대정원 문제에 투입돼 있는 듯 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진행했다. 교수들은 들어갔는데 의협(대한의사협회)은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의대 2000명도 난리가 났는데 특위를 밀어부치는 것도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96.2%, 1만명 이상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전임의도 들어왔다가 나간 분들이 있다”며 “전공의에 대해 2000명 증원을 바꿀 용의가 없다, 이를 제외하고 대화하자고 하는데 전공의가 과연 복귀하겠는가” 물었다.

박근태 이사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화의 창을 열었으면 좋겠다. 강대강 막대한 상황으로 가면 의료계든, 정부든 누군가는 다친다. 많은 내상을 받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소통하길 바란다”며 “대통령이 결정해서 밀고나가는 정책이지만, 의료계가 합리적으로 흘러나갈 수 있도록 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이번 총회에서 곽경근 간행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해 선출했으며, 오는 4월 1일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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