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회, 정부 의대증원·정책패키지 강압적 추진 방식 지적
‘잘못된 열쇠’로 문제해결 못해…PA간호사 합법화 등 전공의 미래 망가뜨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외과의사회가 의대정원 등 의료현안에 대해 정부가 잘못된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의료 환경과 속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나 의료정책패키지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며, 특히 대표자들을 처벌하겠다는 기조 역시 비판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지난 10일 2024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의료정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사진>은 “저는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사람이지만, 2000명 증원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회에서 2023년 10월 설문조사를 했고, 여기에 25%의 의사들이 350~500명 정도의 인원의 증원에는 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사와 상관 없이 전공의들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정책을 들고 나와 그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현재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정책 당국자들에게 “잘못된 열쇠를 갖고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복잡한 의료환경, 의료정책으로 인해 어느 것 하나를 잘못하면 나머지가 망가질 수 있다”며 “제대로된 열쇠를 갖고 전공의들을 만나거나 의사단체 대표를 만나야 하는데, 특히 대표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과 누가 대표가 돼 만나려할지 고민해달라. 그렇지 않고는 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현안 문제는 의료수가가 형성될 때부터 문제가 시작돼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설명할수록 오해만 살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료정책은 의학보다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얽혀 있어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법률적 판단이 법률전문가가 생각한 것과 현실에서 다를 때 국민들이 많은 비난을 하기도 한다”며 “(진료에서) 의료 문제도 환자들에게 설명해도 오해만 살 수 있는 것고, 마찬가지로 의료정책 문제는 심각하게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7년 의료보험이 만들어지면서 의료수가가 형성될 때부터 문제가 시작되고 있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의사가 진단을 잘해야 치료를 잘 하는데, 진단이 잘못되면 수술도 잘못될 수 있고, 수술을 잘못했을 때에도 치료효과 없이 칼만 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외과의사로서의 경험을 비유했다.

이세라 회장은 “전공의들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PA를 합법화(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하게 되면 역시나 그들의 미래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정책들을 제안·시행하는 것은 삼가주길 바란다”며 “‘제대로된 열쇠’인 기피과-필수과 균형으로 기피과 전공의가 제자리에 들어가도록 하고, 의사들은 메디칼프로패셔널리즘으로 스스로의 자정을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임원들. (왼쪽부터)민호균 보험이사, 박제훈 정책부회장, 김혜영 법제이사, 이세라 회장, 최동현 총무부회장.

외과의사회 최동연 총무부회장도 “코로나19 때보다 더 큰 위기를 맡고 있는데, 정부가 급한 불을 끄려고 장기적인 내용을 섣불리 펼쳐내는 게 아쉽다”며 “비급여과나 비보험에 치중돼 있는 것을 완전히 급여나 필수과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동연 부회장은 “보건복지부가 홍보를 잘해서 의료개혁만 잘하면 의대증원만 다하면 모든게 완성된다는 식의 노출이 많다. 저희도 자체적으로 (정부의 의료개혁이) 얼만큼 부당한지에 대해 알렸어야하는지 반성한다”며 “이 사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도 지속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과의사회 김혜영 법제이사는 “이 사건은 대화가 가능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채찍을 휘두르며 대화하자고 하면 성립될 수 없는 일”이라며 “필수과 문제는 십수년간 쌓인 일이기 때문에 순서가 잘못되면 의료가 죽게 된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김혜영 이사는 또한 “한쪽을 이긴다고 해서 다른 한쪽의 승리로 남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면 이기든 지든 피해가 남는다”며 “진정한 정치를 한다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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