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대-충북대병원교수 SNS에 사직의사..."선배의사로서 미안"
필수의료 의사로서 좌절감도 함께 전달...강원의대는 삭발식 진행
남은 교수들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전임의들도 다수 계약 꺼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강행 행보에 맞선 전공의들의 파업과 의료계 반발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교수들과 전임의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교수가 나왔다. 또한 남아있는 교수들도 삭발식을 거행하는 등 저항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임의들도 예정되어 있던 임용계약을 취소하는 등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의과대학을 보유한 40개 대학을 상대로 의대정원 확대 규모를 제출받았다. 이어 5일 브리핑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신청한 인원 수가 총 3401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구 북구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정원을 충분히 늘리고, 지역인재 정원을 확대해 지역인재 중심의 의대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대 강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반발해 지난달 중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현장을 이탈, 미복귀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 대해서 예정대로 행정처분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전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의지를 불태우자,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이어 의대교수들도 동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 규모 제출로 내홍을 빚은 경북의대에서는 의대 교수의 실제 사직의사가 나왔다. 앞서 4일 경북의대 교수회는 정부가 2025년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것은 의학 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교육여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과대학 학생들이 휴학을 결정하고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떠나는 상황에서 경북대학교 총장이 증원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것은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어 경북의대 이식혈관외과 윤우성 교수는 같은 날 SNS를 통해 “전공의 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항상 '외과는 지금이 바닥이다'라고 했는데, 20년이 지났는데도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장밋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그리고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생활한지 얼마 되지않은 그리고 병원내에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는 이런 답답한 상황에 저는 제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그리고 후대 의대생에게 외과 전공의 하라고 자신있게 말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외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며, 이미 오래전 번아웃도 되었고, 매일매일 그만하고싶다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도와주는건 없고 더 힘만 빠지게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도 SNS를 통해 사직의사를 밝혔다. 배 교수는 심장내과에서 맡는 심부전, 심장초음파, 심장중환자진료 업무를 통해 위중증 환자들이 회복을 하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의료시스템의 붕괴화를 가속화 할 것이며, 이에 반대해 필수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인턴과 전공의들의 사직에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복지부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의대정원의 몇 배수를 제출한 학교에도 부정적 시선을 전했다.

5일 강원의대에서는 삭발식을 통한 반대시위도 이어졌다. 류세민 강원의대 학장(흉부외과), 유윤종 의학과장(이비인후과)가 참여해 삭발을 단행했다. 류 학장은 “ 대학본부는 4일 교수들의 의견과 반대로 일방적인 140명의 증원 규모를 제출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며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개별 교실의 교육역량의 실제적인 확인이나 피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대교수들의 이 같은 반발 움직임은 도미노처럼 퍼져나갈 분위기다. A 의과대학 교수는 “이미 전공의들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간 업무시 업무과중으로 버티기 어렵다”며 “신규 전임의도 임용을 대거 포기했다. 이미 있는 전임의들도 재계약을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B 의과대학 교수도 “이런식으로 당직까지 겹치면 한 달 이상 지속되기가 어렵다”며 “이미 신규 임용 전임의 중 일부가 임용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공의 업무를 본인이 떠앉을 수 있다는 우려일 수도 있지만, 정부가 하는 것들을 보면 전임의 생활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며 “필수과가 이러다 말라죽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임의를 하려는 것 자체가 전문세부분과 진료를 익히겠다는 의도인데, 정부 정책대로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병원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전임의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중이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계약이 미리 논의된 전임의 중 절반정도가 계약을 미루는 중이다. 서울아산병원도 기존 전임의 상당수가 재계약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전남대병원은 50여명의 신규 임용 전임의 중 절반 가량이 임용을 포기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