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각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력에 인성까지 겸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들이 있다. 그 앞에 ‘국민’자가 따라붙은 이들이다. 한 젊은 축구선수가 ‘국민’ 캡틴과의 갈등으로 공분을 사 나락에 빠졌다가 깊은 깨달음에 기인한 진정성 있는 사과로 간신히 구조되는 모양세의 최근 사례는 국민적 존재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어느 정도 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후배의 삿대질에 내 일 인양 모멸감을 느끼며 한목소리로 꾸짖고 통렬한 반성을 이끌어 낸 것이다. 꼭 개인 뿐 아니라 상품, 기업 등에도 ‘국민’의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데 개인과 마찬가지로 압도적 위상과 신뢰로 함부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함의를 갖는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제약업계에 ‘국민’의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기업이 있다. 유한양행 이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일제시대 암흑기에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고, 해방 후에는 민초들의 굶주림과 질병 퇴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으며, 마침내 기업의 사회 환원으로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떠났다. 그의 숭고한 정신은 후대에 계승돼 ‘주인없는 기업으로 성장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며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무장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뤄내며 오늘날 으뜸 기업 유한양행을 구현해 냈다. 유한양행은 10여 년 전 우리나라 제약 매출 1위에 올라 이제는 경쟁자 없는 선두기업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R&D투자, 거침없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혁신신약 ‘렉라자’의 개발을 이끌어내는 등 신약개발을 주도해 오고 있다.

오늘 날과 같은 유한양행의 위상을 갖는데 공헌한 주역 중에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이정희 현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다. 이정희 의장은 지난 2015년 3월 유한양행 사장에 취임해 3년 연임으로, 도합 6년간 유한양행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사장 취임 일성으로 ‘Great & Global’을 주창했다. 존경받는 위대한 유한양행, 글로벌로 향하는 유한양행을 강조한 것이다. 그가 취임하던 당시 대부분 제약기업들이 그렇듯 유한양행 역시 자체 개발 제품 보다는 외자 도입 품목에 의존하며 외형(매출액)은 커졌지만 이익은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소극적 R&D투자로 변변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하나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다.

이정희 사장은 취임 후 신약개발이 살 길 임을 역설하며 R&D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취약한 연구개발 환경을 벗어나고자 유망 신약개발 벤처 등과의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하며 도전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또한 유한양행 사장 임기 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에 선출되며 산업계 전체에 혁신신약 개발 및 오픈 이노베이션의 붐을 리드해 왔다. 현재 산업계가 기대하는 글로벌 혁신신약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는 그의 재임기간중인 2015년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사로부터 초기물질을 기술도입해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이 오는 2026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그 때까지 글로벌 50대 제약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각오이다.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 노력에 대폭적인 외형 확대,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큰 폭의 R&D투자 증대가 뒤따라야 한다. 유한양행은 오는 3월 주총 주요안건으로 대표이사 회장 및 부회장직 신설을 골자로 한 정관개정안을 추진중에 있다. 글로벌 50대 제약을 향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다. 이정희 의장을 위한 ‘위인설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회사는 ‘말도 안된다’고 일축하고 당사자는 ‘모욕감을 느낀다’고 불쾌해 한다. 개인적 전횡이 가능했다면 오늘날의 유한양행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시스템에 의한 합리적 운영이 있었기에 100년 전통의 국민기업 유한양행이 가능했다. 유한양행은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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