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원 외과 및 갑상선센터 김혁문 진료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사람들은 매일 수없이 많은 활동을 수행한다. 이는 우리 몸 속에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있기 때문인데, 이 기관들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용히 그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렇게 조용하게, 그러나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갑상선이다.

김혁문 진료원장
김혁문 진료원장

갑상선은 목의 앞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작은 기관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성장과 발달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신진 대사를 조절하고, 체온, 심장 박동수 등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이처럼 갑상선의 기능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갑상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불균형으로 인한 영향력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부분에 미칠 수 있다.

갑상선 질환은 가족력, 스트레스,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갑상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갑상선 질환의 초기 증상들이 대부분 피곤함, 체중 변동, 기분 변화 등으로 나타나므로 다른 상황이나 질환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갑상선 질환을 '침묵의 질환'으로 부르고,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갑상선 질환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한국 성인의 약 5%가 갑상선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5~8배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여성의 갑상선 결절 유병률은 1000명당 25.7명으로 남성(1000명당 5.9명)을 압도했으며, 여성 환자 수(2015년)도 1000명당 26.8명으로 남성(1000명당 5.2명)의 5배 이상이었다. 한편,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위암에 이어 2번째로 많이 발생했으며, 전체 갑상선암 발생자 수 2만 8651명 중 여성이 2만1924명으로 6727명인 남성에 비해 약 3.3배 많았다.

갑상선 질환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그 중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생산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갑상선에 덩어리가 생기는 갑상선 종양 등이 가장 흔한 유형이다. 각 유형마다 나타나는 증상도 다양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는 체중 감소, 식욕 증가, 심장 두근거림, 불안, 피로, 땀 많이 흘림,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는 체중 증가, 피로, 추위에 민감, 변비, 피부 건조, 우울증,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종양의 경우 목에 덩어리가 생기거나 호흡 곤란, 삼키기 곤란, 목소리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모든 유형이 초기에는 무증상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심장 질환, 골밀도 감소, 불안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심장 질환, 우울증,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갑상선 종양은 대부분 악성이 아니지만, 일부는 암으로 진행되어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 때문에 갑상선 질환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갑상선 질환은 대부분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는 항갑상선제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 등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감소시키는 약물을,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는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물을 복용한다. 갑상선 종양의 경우 크기, 악성 여부 등에 따라 약물 치료, 수술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시행한다.

이처럼 갑상선 질환은 우리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비록 침묵 속에 숨어있을지라도, 그 증상들은 우리의 삶의 곳곳에 세세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갑상선 질환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예방이 중요하다. 즉,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갑상선 기능을 체크하고,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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