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의견 대립을 넘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2025년도에 의대정원 2000명을 확대하는 등 2035년까지 의사부족 인력 15000명의 확충을 위해 향후 5년간 2000명의 증원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당황한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불사하겠다며 의협 집행부의 총사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총파업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의 대치 국면이 지속되면 자칫 2020년처럼 의료대란 마저 우려되는 형국이다.

실제 의료계 내부에선 개원의들뿐 만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들까지도 긴급총회를 열어 파업 투쟁 동참을 선언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처럼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크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의정간 수십차례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에 의료계 요구안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읽혀진다.

의료계 반발의 핵심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있다. 정부는 보사연 등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를 근거로 2035년까지 예상되는 의사인력 부족을 확충하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5년간 2000명의 증원 규모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입장인데 증원 규모를 놓고 적정성 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해온 의학교육계 조차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 증원하는 것은 무리라며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단기간에 현 의대 정원의 65%에 달하는 대폭적인 증원에 나서야 한다는 정부 논리는 현 의대교육 여건을 고려하면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다.

의학교육계 지적처럼 급작스럽게 무리한 증원에 나설 경우 기초의학 전임교수와 시설·장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전국 의대 기초의학 교수 이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DB에 따르면, 8개 기본 과목을 가르치는 의대 기초의학 교원 수는 20181424(평균 35.6)에서 20221277(평균 31.9)으로 5년 새 147명이 감소했다.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을 위한 카데바(기증된 해부용 시체)도 수급이 되지 않아 학사 일정 소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무리한 증원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곧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교육의 질부터 높여야 한다고 의학교육계의 주장에도 귀담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있어 이공계 대학생의 중도 포기 및 왜곡된 사교육 활성화 등의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적어도 의대정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를 포함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의대 정원 확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본의 사례와 비교한 정부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의 경우 십수년전 의사인력 부족을 우려해 의대 정원을 대폭 증원했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해 의사인력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 역시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한 정책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담긴 여러정책 들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 역시 아쉽다. 특히 의사수 증가는 다른 직종과 달리 건보 재정의 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도 정책 결정에 고려되어야 한다.

아무튼 의정간의 갈등이 파국으로 가서는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의정간 머리를 맞대고 의대증원 규모부터 쟁점 현안에 대해 끝장 토론을 통해서라도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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