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nbsp;<br><br>
김소윤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M.D, PhD, 예방의학전문의>

[의학신문·일간보사] 의대의 입학정원을 올해 입시에서부터 2,000명 늘린다는 발표가 있었다. 농어촌 지역과 필수의료 영역에서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은 한 두 해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의사의 절대적인 부족에 의한 것인지 인력의 다양한 역할변화에 대한 문제를 같이 수반하는 것인지는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 중 첫 단계는 장기적인 인구구조 및 질병 변화에 따른 의료수요 예측 및 이에 맞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수요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한 변화와 수요 예측에 근거해서 현재 의료인력의 수와 역할 등을 살펴보고, 현 단계에서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하게 다 역할들을 다 하고 있는지, 현 인력의 재배치 또는 역할 변화 등의 여지가 없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방 통합이나 전문간호사 제도의 활성화, 면허를 받고도 활동하지 않는 의료 인력의 활용방안, 간병 인력의 교육 등 현행 단계에서 최대한 정책적인 변화를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 등이다.

이러한 논의와 함께, 현재 의료인력 들이 제공하고 있는 의료의 종류와 지역에 대한 제한 또는 재배치를 위한 정책적 수단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논의해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당사자들과 충분한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공감을 다 한다 하더라도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어떤 때는 충돌이 생기더라도 추진해야 할 사안도 있다. 그러나, 교육, 의료, 복지 등 국민생활에 밀접하고 이견이 있는 문제들은 정치와 연결되어 이를 국민의 민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잘못 사용되는 경우 그 분야의 미래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쳐 미래 단계의 국가와 사회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당장 지역과 필수의료 영역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발표시기와 방법 등을 보면, 이 문제를 4월 총선에서 의대지망생 등과 그 가족들, 의대 유치를 원하는 지역 주민 등에게 정치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 환자의 자기부담금을 줄여주는 문재인 케어가 대통령 취임 얼마 후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치지도 않고 대통령에 의해서 발표되었을 때도 비슷한 문제를 직감했었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경감해 주는 것은 매우 좋은 정책으로 볼 수 있고, 국민들의 표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당시 총선을 위해서 매우 좋은 정치적 이슈로 생각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문제는 각 지역과 기관별로 의료의 질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질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본인부담금만 먼저 낮추는 경우, 자기부담이 줄어든 환자들이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몰릴 것이 너무 당연하게 예견되는 것이었다.

정치는 미래의 바른 방향을 지향하면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생각을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많은 책들에서, 2050년 전후의 미래상을 보면, 더 이상 대학이나 교수, 병원이나 의사가 필요 없고, 각자의 집에서 개별 맞춤형 교육과 맞춤형 의료가 이루어진다는 그림들이 많다. 웬만한 질병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생활습관 교정 등으로 예방하고, 가구별, 개인별 AI 의료장비 등을 통해서 맞춤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시대가 오기까지 아직 멀었고, 당장은 의료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노인 인구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의료 인력이 매우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향후 필요한 의료수요를 반드시 의사가 개입해야 하는 것과 의사가 없이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많은 부분에서 OECD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서, 의사들이 해야 하는 부분의 업무를 다른 의료관련 인력에게 과감하게 이관하고, 의사들은 더욱 더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법의 필요사항을 정리하고, 미래의 사회구조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앞서가며 이끌고 있는 나라이고, 미래의 생활상이 가장 먼저 구현될 수 있는 나라다. 이러한 우리나라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이 미래의 세대에도 전달되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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