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2006년 12월 29일에 약제비적정화 방안이 도입되면서 의약품 등 질적 평가의 도구로서 선별등재제도(PLS)가 시행되었다. 이 제도는 임상적·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을 선별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경제성평가소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이 설치되었다.

2007년 4월부터 보험에 등재된 약의 경제성평가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목록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기등재 약의 선별목록 정비 시범평가를 거쳐서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제성평가를 하고 있다.

원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의약품 품질 강화, 의약품 유통 투명화, 보험의약품 가격 적정화, 의약품 사용량 적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괄등재제도(NLS)에서 PLS로의 전환, 복제약의 약가 재조정, 사용량과 약가 연계 가격 재조정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이 건강보험 급여 지연으로 밝혀지면서 급여 등재의 전제 조건인 비용효과성 입증 기준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고, 급여를 결정한 근거나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를 해결 할 대안으로서 점증적 비용효과 비(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인 ICER 임계치의 탄력적용, 선급여-후평가 등 기존 경제성평가의 추가 대안 개발, 적절한 건보재정 배분, 건보재정 이외의 별도 기금 마련 등이 제안되고 있다.

PLS 시행은 약제비 절감 본연의 목적과는 무관하다. 비용-효과성 평가에 근거한 선별등재, 약가인하,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력 강화, 가격-수량 연동제 등 모두 다 약제비 지출을 약가 측면에서 접근한 정책 수단들이었다. 이제는 PLS의 출발이 타당하려면 약가규제를 통해서 약제비 지출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로서 상대적으로 다른 요소들의 영향이 미미 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PLS 시행 당시에는 신약의 경제성평가 잣대를 국산 신약과 외국 도입 신약을 다른 인허가 트랙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은 미래유망 신산업 바이오헬스와 신약개발의 비중이 국가 어젠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커졌기 때문에 의료 보장 거버넌스, 스튜어드십의 심층적인 이해와 함께 PLS가 환자 치료 및 국민건강 증진, 산업 발전, 특히 기업의 국산신약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약가가 한계비용에 미치지 못할 때 이에 따른 기업의 신약 R&D 투자는 위축되고, 국산신약 개발 건수 또한 감소됨으로써 공공의 복지도 저해받게 되고, 신약 대신 상대적으로 값이 싼 약을 사용하면 할수록 질병에 의한 결근일과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총의료비지출이 크게 늘 수 있다는 경제사회적인 함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래 PLS 시행으로 인한 국산 신약개발의 파급 영향을 구명하여 국산 신약개발의 병목현상을 제거하는 등 PLS 환류 보조정책 수립의 실증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약제비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노인인구의 증가, 만성질환으로의 상병구조 변화, 의료기관과 환자들의 외국 도입 신약 선호, 의약품 사용량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은 이미 통계로 입증된 바 있다.

한편, OECD 국가들은 경쟁원리에 입각한 약제비 절감을 경주하고 있는데, 주요 골자는 보험가격과 시장가격을 비교하여 가격을 규제 하는 추세다.

지금 우리나라의 약제비 절감 정책의 문제점은 의약품의 생산·유통·보험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기업과는 무관하게 PLS의 효과를 실증하지 않은 채 도입되어 시장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보장성 강화 요구 정책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선등재-후평가와 같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제도 도입까지 고려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선별등재제도는 근본적으로 임상적으로 유용하면서 비용 효과적인 약제를 선별하는 등재제도이기 때문에 모든 의약품을 급여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늦었지만 의과학자의 입장에서 PLS는 질 평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소견을 피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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