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정부가 필수·지역의료를 살린다는 목표로 4대 정책과제를 패키지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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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온 4대 정책과제는 의사인력을 늘려 필수지역의료 인력을 부족함 없이 충족해 나가겠다는 것이 방점이다. 동시에 늘어난 의사인력들이 필수의료 또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뛰어 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관련 시책으로 뒷받침 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이론적으로 그 방향성은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번 정책 패키지에는 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형사책임 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매우 획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 보상체계 확립,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지역의료 투자 확대 등도 고무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아직은 하겠다는 계획에 불과한 것이다. 사실 의료개혁 추진과제는 과거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장밋빛 계획들이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우선 법을 만들어야 하고, 돈도 필요하며, 이해 당사자 간 입장도 조율해야 된다. 이전에도 이런 문제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을 했고, 지루하게 시간을 끌다 정책목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의료정책 패키지도 그렇다. 정부가 당장 실행 할 수 있는 것은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의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이나 필수의료 수가 현실화와 같은 보상체계를 확립하는 일은 정책적인 의지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결단내기 어렵고, 완전한 담보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벌써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에서 들고 일어났고, 고도의 법률적인 검토를 요하는 문제여서 입법 과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향후 5년간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이 또한 정부가 특별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패키지 정책에는 비급여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실손보험을 손보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또 개원면허제도와 면허갱신제, 미용의료 시술 자격제도 개선 방안까지 들어 있다. 이는 의사들에게 앞으로는 쉽고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길을 차단하여 필수의료나 지역의료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처방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내용들은 의사들에게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반발도 예상된다.

이런 맥락이라면 이번 정책 패키지의 맨 앞에 나와 있는 의대 정원 확대를 굳이 서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당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곧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고, 보상체계의 개편 및 면허제도까지 바꾼다면 자연스럽게 의사인력 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인데 당장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물론 의사인력을 아주 늘리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에 대해서는 의학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일정 수준은 바로 늘리고, 그 이상은 미래에 펼쳐질 의료서비스의 행태 등 국가의료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과학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4대 개혁과제의 우선순위와 완급 조절을 위해 의정이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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