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혼합진료 금지 포함..비급여관리와 의료비 억제 목적
금지 시행 국가 일본 등 대표적...혼합진료시 급여 진료도 전액 본인부담해야
의료계, 환자 치료 선택권 제한 등 지적...실손보험 이용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가운데, 그 안에 포함된 각종 정책들에 의료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반발을 낳고 있는 정책은 의대정원 확대지만, 그에 밀려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혼합진료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장은 '비중증 과잉 비급여'에 한해 혼합진료를 금지한다는 것이지만, 향후 대상이 확대될 경우 환자 진료선택권과 접근성을 제한하고 실손시장을 더욱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의사들은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1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공개했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서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4대 개혁과제가 제시됐다.

시선은 의대정원 확대에 쏠려있으나, 정책패키지에는 비급여 관리체계 확립을 목적으로 혼합진료 금지를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함께 밝혔다. 여기에 과잉진료로 인한 국민 진료비 증가도 억제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패키지에 따르면, 급여진료와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비급여의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것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대표적인 해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같은 상병에 대해 보험진료와 비보험(비급여)진료를 동시에 실시할 수 없도록 규정 하고 있다. 혼합진료를 실시할 경우 기존 보험진료까지 묶어 기존 보험진료+비보험진료를 전액 환자 본인부담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아직 정부의 발표안이 행위에 국한된 것인지, 비급여 치료재료나 약제까지 포함되는 것인지는 디테일이 부족하기는 하나, 일본의 방식과 유사한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예시로 든 비급여 도수치료의 경우 급여인 물리치료와 같이 받는 치료 형태가 많은데, 혼합진료 금지가 적용될 경우 모두 전액 본인부담 비급여로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백내장수술시 다초점렌즈 삽입도 혼합진료의 대표 예시이다.

혼합진료 금지 정책 발표 소식에 의료계는 즉각 반응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혼합진료 금지를 포함한 비급여 통제정책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반응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이로 인한 의원들의 수입 감소문제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저해 불편함을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쉽게 말하면 고혈압약을 받으러 가서 추가적인 비급여 진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게 만들겠다는 말"이라며 "만약 정부가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하면, 그동안 저수가 체계에서 힘들게 버텨왔던 1,2차 의료기관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바의연은 "아이러니 하지만 현재의 급여 진료 인프라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의료기관들이 비급여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했기 때문인데, 혼합진료를 금지시키면 비급여 진료가 현실적으로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치료 선택권, 접근성 저하로 인한) 환자의 불편 증가와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1,2차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며,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는 국민 치료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유감을 밝혔다.

지금은 일부 항목에 국한한다지만, 그 경계가 불분명하고, 향후에도 혼합진료 금지를 전 진료행위로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개원가단체 임원은 "비중증 과잉 비급여라는 혼합진료 금지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며 "어디까지 적용될 지도 관건이고, 정책이 늘 그렇듯 향후 더 확대된 범위에 적용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혼합진료 금지가 비급여 진료를 위한 실손보험 상품 가입 및 이용 증가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의료단체 임원은 "패키지에 공사보험 연계 법제화 등이 포함되어 사보험 영역과 비급여 통제도 들어가겠다고 하지만, 의료이용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과연 억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미 국민 다수가 실손보험에 가입중인 상황에서, 혼합진료 금지를 한다고 국민 의료비 지출 증가가 억제될 지도 미지수이며, 혼합진료 금지시 급여 영역 외의 진료 이용을 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험 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의과대학 교수도 "혼합진료를 금지할 경우 급여 진료를 포기하고 비급여로만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생겨날 수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하며 "일본처럼 선진의료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 다양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의료계의 우려가 높은 가운데, 정부는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혼합진료 금지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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