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포함
환자·소비자·시민단체, 사회적 논의과정 무시한 처사라며 의료분쟁개선협의체 탈퇴선언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가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환자·소비자·시민단체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기존의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서 탈퇴할 것임을 선언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1일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이 포함된 것에 반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3개 단체에 따르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종합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공소 제기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포함됐다. 또한, ‘중상해’를 포함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망’ 의료사고까지도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형사책임 면제 범위에 포함할지 결정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3개 단체는 "정부의 행보는 의료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이미 하기로 정해놓고 협의체를 통한 사회적 논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 형식적으로만 진행한 것으로 판단되어 심히 유감스럽다"며 "이에 기존 의료분쟁개선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은 오늘 협의체를 탈퇴하고, 앞으로 정부의 위헌적 의사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 추진을 중단시키는 활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3년 8월 31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와 '필수의료확충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인력확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필수의료확충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했던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과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작년 11월 2일부터 법조계(한국형사법학회, 한국법학교수회, 대한변호사협회)와 의료계(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와 소비자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체는 2023년 11월 14일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1월 9일 제7차 회의까지 개최해 법조계·의료계·소비자계 각각의 입장,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 책임공제 및 민간보험회사 의료배상 책임보험 운영 실태, 우리나라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 관련 쟁점, 소비자계와 의료계의 의료인 필수의료 사법 부담 완화 방안 의견,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관련 해외 입법례와 사례 등에 관한 심도 높은 논의를 진행했다.

3개 단체는 "그러나 회의를 거듭할수록 의료계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통한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요구와, 소비자계의 입증책임이 전환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와 동일한 형태의 의료사고 관련한 입증책임 전환 요구'가 팽팽히 맞서 더 이상의 회의 진행이 어렵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2023년 12월 26일 개최된 제6차 회의에서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면제 요구'를, 소비자계에서는 '의료사고 관련한 입증책임 전환 요구'를 서로 더 이상 하지 않고, 협의체 구성 목적처럼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및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의 핵심인 의료감정에 집중해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논의과정 진행을 완전히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1일 특례법 제정을 선언했다고 3개 단체는 꼬집었다.

3개 단체는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같은 해외 입법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와 '사망 또는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특례 도입은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규정 도입 및 책임보험·종합보험 의무가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나 유족이 형사고소 대신 대안적 분쟁해결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과 제도가 존재함을 언급했다.

3개 단체는 "정부는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특혜가 아니라 해외처럼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의료사고를 당해도 형사고소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관심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의 전환과 책임보험·종합보험 의무가입도 없이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러한 발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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