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저고위, ‘패밀리스토밍-혼자서 살아요’…‘자연스러운 만남’ 지원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정부가 미혼자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의견을 청취한 가운데, 지역적 거리와 생업 등으로 인해 만남의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패밀리스토밍 다섯 번째 간담회 사진
패밀리스토밍 다섯 번째 간담회 사진

이전보다 연애-결혼으로 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아가는 대화, 패밀리스토밍(Family storming)’ 다섯 번째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미혼 청년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패밀리스토밍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Family)를 결합해 만든 용어로, 다양한 구성의 청년 가구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저출산‧고령화의 해답을 찾아가기 위한 시리즈 간담회이다.

간담회는 지방에 거주하는 미혼 청년 5명과 복지부와 저고위 정책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방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진솔하게 나눴으며, 결혼과 출산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한 정책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참석한 청년들은 연애 및 결혼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청년인구가 적은 지역적 상황과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생활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산직으로 일하는 A씨(여성, 충북 거주)는 “직장에서 50~60세 분들이 많아 연애가 자유롭지 않다”며 “결혼 의향은 있지만 비정규직으로 미래가 불안한 상황이고, 거의 직장에 몸이 메여 있다보니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역시 생산직에 종사하는 B씨(남성, 경기 거주)도 “산업단지는 남자 위주로 인력이 편중돼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만날 기회가 사라진다”며 “일자리야 정부에서 해주기 어려운 부분일 테니 주거만 해결되더라도 조금 낫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사회복지사 업무를 퇴사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C씨(여성, 대구 거주)는 “남자친구와 7년을 만났는데, 주변에서 결혼에 대해 관심을 주는 것이 기분 좋지만 부담도 크다”며 “둘이 전재산을 모아도 1억원이 안 되는데 포항(남친 거주)에서 괜찮은 아파트도 2~3억이라 집에 고민이 많아 좀더 일해서 안정적인 기반 후에 결혼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C씨는 또한 “간담회 전에 친구들과 많이 대화하고 왔는데, 삶이 퍽퍽하다는 말이 많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사회가 원하는 기준이 다르고, 이에 맞춰 돈과 시간도 많이 필요한데 결혼과 출산은 뒤로 생각하게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특히 수도권은 너무 치열해서 자극을 받고 내려간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복지부 측에서 정부가 직접 만남의 장을 주선하면 어떤가 묻는 질의에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으며, 생활의 안정을 기본으로 하면서 만남의 기회를 확대할 자연스러운 청년지원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행정직으로 일하는 D씨(20대 여성)는 “친구로부터 공무원-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소개의 자리가 안내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름과 소속이 올라가고 문서가 평생 남아있는 소위 ‘박제’ 된고 한다”며 “잘 만나서 결혼하고 잘 살면 모르겠지만, 안 되고 다른 배우자를 만나면 실례가 되고 회사내에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단다. 취지 자체는 좋지만 청년을 배려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적으로 안정감이 있어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된다. 생활안정에 중점을 주면서 이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면서 연인이랑 무엇이든 함께할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B씨는 “단발성으로 하는 것들이 아니라, 또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자유롭게 주는 커뮤니케이션을 서로 배울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C씨는 “데이트 장소도 필요하다. 밥 먹고 카페가고, 게임하면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액티브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있으며, 미혼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미혼율은 31.1%로 2000년 27.9% 대비 3.2%p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71.1%에서 21.7%p 증가한 92.8%, 30대는 13.0%에서 29.5%p 증가한 절반에 가까운 42.5%가 미혼으로 조사됐다.

20·30대 남성 대 20·30대 여성 비율도 2012년 0.94명에서 2022년 0.92명으로 감소했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제외 시 0.91명에서 0.88명으로 지방의 성비 불균형이 보다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도별 조(組)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의 경우 전국 3.7건 대비 전북(3.0건), 경북(3.1건), 대구(3.2건) 순으로 낮고,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은 2012년 평균 9.5명에서 2022년 4.8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담회를 주재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수도권의 청년인구 집중,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산업구조 차이와 성비 불균형 현상 등이 청년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청취했다”며 “청년들이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진학·취업·결혼·출산 등 생애 전 과정에서 어려움 없이 희망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패밀리스토밍은 지난해 12월 ‘둘이서 살아요(무자녀 가구)’를 시작으로 같은달 ‘한국의 라떼파파(아빠육아 휴직자)’, 지난 9일 ‘셋이서 살아요(1자녀가구)’, 18일 ‘여럿이 살아요(다자녀가구)’, 23일 ‘혼자서 살아요(미혼 가구)’ 등을 진행했으며, 향후 ‘새롭게 살아요(비혼가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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