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한미약품그룹의 OCI와의 ‘통합’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한미그룹에서는 상생을 위한 협조관계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아는 체’ 하는 다른 해석은 결국 M&A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OCI그룹에서 한미 쪽에 들어간 금액이 8000억 원쯤 된다는 거고, 한미의 OCI 지분 참여가 3000억 원 정도라고 하니 결국 이번 통합이 M&A의 한 과정이 아니냐는 나름의 해석을 덧붙인다. 마침 한미 오너가 에서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상속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쫙 퍼져있는 상태이고, 그러고 보면 어쩐지 아귀가 맞는다.

그러나 과연 이번 통합이 그들이 의심하는 M&A가 맞는지 한번 따져보자. 결국 OCI가 한미쪽에 3000~4000억 원 정도 더 투자했다는 것인데 한미그룹이 이 정도로 살 수 있는 그룹일까? 한미그룹에 비견될 수 없는 중견 제약도 M&A에 1조원이 들었다는 말이 있다. 자체 개발 의약품 등 매출만으로 연간 1조원이 넘는 회사가 한미약품그룹이다. 국내 신약개발의 선구자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만 수십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대표 신약개발 기업이다. M&A설은 한미약품의 자존심, 나아가 국내 제약산업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통합이 대주주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준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지나치게 부각되고 과장되게 해석하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쯤에서 한미약품 쪽의 이야기에 한번 귀 기울여 보자. 한미약품은 글로벌 혁신신약을 향한 한미약품 경영층 포함 모두의 열망이 이번 통합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에 있어서 한미약품의 위치는 거의 독보적 이다. 개량신약도 복합신약도, 그리고 혁신신약 기술수출도 그 시작은 한미약품이다. 시작을 먼저 했다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많은 역경을 뚫고 성공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혁신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최근 여러 번의 좌절을 경험했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R&D자금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혁신신약의 기본 조건인 글로벌 임상3상 진행을 위해 기술수출을 통한 외국의 자금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마지막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물론 기대에 못미친 효능 및 안전성에 따른 결과도 있으나 어떤 경우에는 회사 사정에 따른 임상지연 등 이외의 상황이 원인이 되기도 했다.

보다 주도적 임상이 가능하기 위해선 자본력 등 역량확보가 관건인 상황에서 현 여건상 뜻이 맞고 조건이 맞는 파트너를 찾아야 했고, OCI그룹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OCI그룹은 2022년 기준 연간 매출 4조7000억대에 해외매출 비중이 절반이상이고, 영업이익만 1조 원대에 달하는 재계 38위(2023년 자산 기준) 기업이다.

너무 강력한 오너십은 때로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돼 왔던 것이 국내 산업계의 현실이었다. ‘내가 만들었고, 내 것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식이 ‘구멍가게’에 머물게 했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에는 신약개발의 고비길 마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국면을 전환,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혁신의 유전자가 살아 숨 쉰다. 한미약품의 이번 선택은 한미 정신의 구현이며, 나아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선구자적 정신의 계승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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