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최근 마약류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의 당사자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불법 처방한 혐의로 의사 회원을 징계를 추진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미 해당의사는 구속됐으나, 뒷북이나마 자체 징계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의료 윤리를 다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이정윤 편집 부국장
이정윤 편집 부국장

지난해에도 유명 연예인이 프로포폴 등을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의료용 마약류는 어떤 경우라도 의사의 처방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의사가 불법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에게 속아서 처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용 마약류는 그 중독성이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처방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이 남겨졌다.

의료용 마약류 사건이 지난해 급부상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탓도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도입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님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님스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약국, 의료기관 및 제조업자, 수출입업자 등 의료용 마약류의 유통, 제조, 처방 및 조제 등 의료용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유통 전주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보고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2018년 5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님스 때문에 프로포폴을 비롯한 의료용 마약류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얼마만큼 처방 또는 투약했는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사전 경고용 ‘안전사용 도우미 서한’을 통해 처방 오남용을 억지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식약처 통계를 보면 2022년 의료용 마약류 28개 성분을 처방한 의사는 27만여명이고 2023년엔 32개 성분 32만여명에 달한다.

성분별 처방 의사수를 보면 △항불안제 8만 2324명 △졸피뎀 7만 7967명 △진통제 5만 1607명 △식욕억제제 3만 7540명 △프로포폴 3만 1657명 △진해제 2만 9170명 △ADHD치료제 1만 3385명 등이다.

처방받은 환자수를 보면 의료용 마약류가 얼마나 환자 주변에 널려 있는지 알 수 있다.

2022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1946만명(중복 제외)으로 전년 대비 62만명(3.3%)이 증가했다.

효능별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마취제(1122만명), 최면진정제(928만명), 항불안제(641만명), 진통제(312만명), 항뇌전증제(124만명), 식욕억제제(121만명), 진해제(65.6만명), ADHD치료제(22.1만명) 순으로 많았다.

의료용 마약류가 ‘마약’으로 악용될 여지가 많는 것을 통계가 보여준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약품이 환자를 마약환자로 만드는 일에 의사는 억지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용 마약류의 마약화를 막기 위해 의사를 옥죄고 있다.

님스를 통해 과다 처방시 행정조치(마약류 취급중지)를 내리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됐으며 의료용 마약류 처방시 사전에 환자 이력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의사가 자신에게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금지하는 조치도 추진되고 있다.

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그 명예를 이미 잃었다. 마약의 확산에 의료용 마약류도 한 몫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누군가 보고 있기도 하지만 마약 퇴치에 의사가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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