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 약가정책이 제약바이오 살린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정일 기자]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지속되면서 제약바이오업계에 예측가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광희 본부장의 도움말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시행됐거나 시행 중인 다양한 약가인하 정책을 살펴봤다.

정부는 1999년 실거래가제도 도입에 이어 2002년 해외 약가재평가, 2006년 제네릭 등재 시 오리지널 약가 인하 및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도입, 2007년 기등재 목록 정비, 2012년 일괄 약가인하, 2020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및 기준요건 재평가 등 지속적으로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해왔다.

현재도 사용량-약가 연동제도와 실거래가제도,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 여러 기전의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해외 약가비교 재평가 시행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속된 약가인하 정책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청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신약 및 제네릭의약품이 없는 오리지널의약품의 청구 비중은 증가했다.

또한 약가인하에 따른 원가 경쟁 심화로 저가 해외 원료의약품 도입이 늘어나면서 원료 자급도도 하락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1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시행 예정인 해외 약가비교 재평가제도는 보건복지부가 2023년 3월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섰다. 복지부는 만성질환, 노인성 질환 등 약제군별 약가 수준의 해외 비교를 통해 정기적으로 약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계획이며, 개선된 외국약가 참조기준을 토대로 해외 약가 참조 재평가를 위한 평가방안을 마련하고 연차별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재정 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돼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제도가 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시행된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는 모든 등재의약품을 대상으로 연 1회 3년 주기로 진행됐으며, 재평가 기준은 A7 조정평균가였다.

성분 내 최고가 품목에 대해 외국 약가가 약가 책자에서 검색되는 경우 국내 약가가 A7 조정평균가보다 높을 경우 초과분만큼 인하하고, 외국 약가가 검색되지 않는 경우 평균인하율을 적용했다. 대부분이 제네릭인 최고가 이외 품목에는 최고가 품목의 인하율을 적용했다.

2020년부터는 약제비 지출 적정화를 위해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약제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시행됐다. 이는 청구현황, 재외국 허가 및 급여 현황, 정책적·사회적 요구 등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했다.

진행 경과를 살펴보면 2020년 임상적효과 불확실성 논란이 된 ‘콜린알포세레이트’, 2021년에는 건강기능식품과 혼용되는 비티스 비니페라 등 4개 성분, 2022년에는 1989년에서 1991년 사이에 등재된 알마게이트 등 6개 성분, 2023년에는 1993년부터 1997년 사이 등재된 레바미피드 등 8개 성분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됐다. 2024년에는 1998년부터 2001년 등재된 티옥트산 등 7개 성분에 대한 재평가가 예정돼 있다.

약제 실거래가 조사는 2년에 한 번씩 진행되며 이번 조사 대상기간은 2022년 7월 1일부터 2023년 6월 30일 1년 시점이다.

상한금액 조정 제외 품목은 △저가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마약 및 희귀의약품 △조사 대상기간 중 신규 등재된 의약품(양도·양수 의약품 제외) △조사 대상기간 중 상한금액이 인상된 의약품 △방사성의약품 △인공관류용제 등이다.

이번 약제 실거래가 조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10월 실거래가 조사 평가결과가 통보됐고, 2024년 초 약가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4406품목 1366억원 절감(평균 인하율 1.96%), 2018년 3619품목 808억원 절감(평균 인하율 1.30%), 2020년 3924품목 809억원 절감(평균 인하율 1.16%), 2022년 3829품목 796억원 절감(평균 인하율 1.18%) 등 4차례 실거래가 조사 결과 1만5000여 품목에 대해 평균 1.4% 인하돼 3779억원 절감됐다. 이들 재정 절감액은 매년 누적 적용돼 왔다는 점에서 실제 절감액은 더욱 큰 상황이다.

심평원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실거래가 제도는 단기적으로 인하율 10% 상한제한 폐지, 합리적조정범위 도입, 국공립병원 조사대상 포함 등이 개선방안으로 제시됐다. 중기적 개선방안으로는 실거래가 조사자료원 다양화, 허위보고 시 강력 처벌, 수요측면 규제책 필요, 저가구매 촉진 등이 제시됐고, 장기적으로는 고시가 상환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개발신약 약가우대 방안과 관련해서는 평가 대상에 혁신형 제약기업 및 이에 준하는 기업이 개발한 신약을 추가하고, 일본 및 프랑스 제도를 참고해 임상적가치 등 반영 요건을 세분화하고 약가가산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수출 지원을 위한 환급계약제를 도입하고, R&D 비용 지원 및 세제혜택 등을 통한 간접지원과 함께 원료의약품 자국화를 위한 우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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