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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의학신문·일간보사] 며칠 전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국가가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학생들이 의대를 졸업하면 이후 10년간 의료 취약지에서 의무 복무하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발급하는 제도다. 일단 지방에 의사가 적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다.

그런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도시와 지방 간에 의사 편차가 크지 않은 나라다. 2019OECD자료를 보자. 도시 및 지방의 인구 1천명 대비 의사 수 편차가 OECD평균은 4.3명이었는데 한국은 2.4명에 불과하다. 또한 도시 대비 시골지역의 의사밀도가 OECD 평균은 61.8%였는데 한국은 77.7%였다. 어느 나라나 시골보다는 도시에 의사가 밀집되어 있는 것은 공통된 현상인데 그나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의사들이 도시로만 집중되는 현상이 훨씬 덜하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오래전에 폐교한 서남의대가 있었던, 공공의대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전북지역을 한번 보자.

전북은 전남과 함께 전국의 시도 중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전북의 의료보장인구는 2004192만명이었는데 2022180만명까지 줄어들었다. 어지간한 지방 도시 하나에 해당하는 만큼의 인구가 소멸된 것이다. 인구가 그렇게 줄어드는 동안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1.31명에서 2.05명으로 57.0%,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북엔 의과대학이 2곳이 있다. 전북의 의대입학정원은 235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의대정원이 13.03명으로 전국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는 204.9명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도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인구는 제법 많이 줄어들고 있고 의사 수 증가는 가파른 편에 속하고 지방 중에서는 인구당 의사수도 많은 곳이다.

전북의 의과에 근무하는 의사 전체의 의사당 외래환자 수를 보면 20109,035명으로 정점을 찍고 계속 감소해 20216,758명으로 정점대비 25.2%의 하락폭을 보여주고 있다. 동네의원의 외래환자 수도 거의 유사한 그래프를 보여준다.

지역의료를 살리고 싶으면 지역에 있는 의사가 환자가 없어도 충분히 먹고 살게 해주던지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게 막고서 지역에 있는 의사에게 환자를 몰아주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 연보를 보면 대부분의 지방에서 관내 요양기관 이용 비율(진료비)70~60%대에 그친다. 반면에 서울 지역의 타지역 환자 관내 유입 비율(환자수)41.7%를 기록하고 있다.

KTX 반나절 생활권의 나라에서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의사만 지역에 묶어 두는 정책은 그저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 한국의 의사 증가 속도는 지금도 충분히 빠르다. OECD 자료를 보면 인구당 의사수가 OECD 평균보다 낮은 나라 중에서 한국의 의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얼마전 서울의 대학병원에 교수로 근무하던 의사가 퇴직해서 지방에 개업한 경우가 있었다. 자기에게 다니던 지역의 환자가 방문해서 반갑게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는 서울의 그 대학병원에 가고 싶으니 소견서를 써달라고 했단다. 지역의 환자들은 지역 병의원을 외면하고 같은 값이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지역의 의사들은 해마다 줄어드는 환자로 노심초사하는데 실효성도 모호한 지역의사제나 들고 나오는 정치권에게 뭘 더 기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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