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부감사서도 ‘자구책으로 한계’ 판정…보수 현실화·처우개선 요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국내 5개 국립정신병원의 의사 무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이 힘든데도 연봉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는 등 열악한 환경 때문으로, 병원 뿐 아니라 복지부 차원에서 보수현실화·처우개선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진단됐다.

보건복지부 감사담당관실이 최근 공개한 ‘2023년도 국립정신병원 종합감사’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지적사항(의무직 인력 충원 및 환자 진료에 관한 사항(통보 1건, 개선5건))이 포함됐다.

국립정신건강센터와 4개 국립정신병원(나주병원, 부곡병원, 춘천병원, 공주병원)은 정신질환 예방과 진료, 정신재활 및 사회복귀 촉진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진료 등을 위해 각 병원은 의료부에 성인정신과, 노인정신과,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신사회재활과, 건강증진과, 간호과, 임상심리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약제과 등 진료 관련과를 두고 있다.

또한 이외에도 기관별로 특화되거나 별도 설치된 약물중독진료소, 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사업과, 입원제도과 등의 진료 관련 과가 있는데, 센터 등 5개 국립정신병원의 각 진료과에서 96명 내외의 의무직 인력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정신병원이 중증‧응급 정신질환자 치료, 추가진단 의사제도, 트라우마센터 등 공공 정신건강 의료체계를 정상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의무직 인력이 확보돼야 하나, 5개 병원 모두 의무직 인력 결원이 심각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2023년 5월 기준 센터 등 5개 국립정신병원의 의무직 공무원 정원은 96명인데 현원은 35명으로 충원율(정원대비 현원 비율) 36.5%에 불과하다.

센터의 경우 의사 충원율이 37.5%에 불과하나, 의사를 제외한 약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충원율은 71.4~100%에 이른다. 이러한 실태는 5개 국립정신병원이 모두 유사해 의무직 인력 결원이 공통적인 문제로 확인됐다.

복지부 종합감사에서는 이미 2019년에 인력 활용 또는 확보를 위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4년이 지난 현재에도 추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춘천병원은 2019~2023년까지 정원 9명으로 변동 없는데, 현원은 과거 4년간 계속 감소했으며 원장까지 공석(12월 현재 한창환 병원장 임기 수행중)으로 상황이 가장 심각한 반면, 나주병원은 2023년(5월) 정원 13명, 현원 9명, 충원율 69.2%로 비교적 양호한 실정이다.

5개 국립정신병원의 기간제 전문의(비공무원) 연도별 인력 변동현황을 보면, 센터는 현원 1~2명 꾸준히 유지한 반면, 나주병원·부곡병원은 5년간 0명(정원 2명), 공주병원은 2021년부터 3년간 현원 1명(정원 2명)인 상태이다.

복지부는 이와 같은 의무직 인력 결원의 지속으로 국립정신병원이 정상적인 환자 진료와 공공의료 역할을 하기에는 다양한 한계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복지부 감사관실은 “의무직 인력 부족으로 이미 외래진료, 입원병동 운영, 진료 수입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신건강사업과, 노인정신과, 소아청소년정신과, 내과 등 진료과 전문의 부재로 환자 전문 영역별 진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공의를 정상적으로 수련 중인 일부 병원도 지도전문의 자격 요건을 갖춘 전문의 결원이 더 발생하면 전공의 수련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 건강증진사업, 마약 등 중독치료, 정신응급대응, 감염병 병동운영, 정책연구기능 등 민간 수행이 어려운 공공의료 기능 수행에도 곤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5년간 각종 병원 운영 주요 지표 실적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환자진료실적은 2019년 45만 2329명에서 2022년 19만 7271명(2019년 대비 43.6% 수준), 평균 병상가동율은 2019년 56.7%에서 2022년 26.6%(2019년 대비 46.9%), 진료수입은 2019년 309억 9700만원에서 2022년 193억 5200만원(2019년 대비 62.4%)으로 떨어졌다.

의무직 공무원의 보수 수준은 업무부담이 과중함에도 공립 및 민간병원 의사의 보수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으로 의무직 기술서기관(일반임기제 4호, 10호봉) 평균연봉은 1억 1000만원으로 의료기관 평균 연봉인 2억 1900만원의 49.8%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반비례로 국립병원의 공공기능·역할 수행 요구와 진료 외 부가적인 공공의료 및 법적기능 수행의 증가, 2020년 이후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국립정신병원 의무직 인력의 업무량이 지속 증가했다.

따라서 우선 전문의 인건비 현실화 등 처우 개선을 통한 의무직의 이직을 방지하고 결원 충원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으로, 국립정신병원은 복지부와 관계부처 유관기관과 협의(2022년 10월)해 전문의 공무원 연봉 인상, 임기제 전문의 정원제한 완화 등을 포함하는 국가의료기관 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2023년 4월)하게 된 바도 있다.

그러나 임기제 전문의 공무원의 경우 연봉 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기준 연봉액의 200% 내외) 되고 있는데 비해 일반직 전문의 공무원은 연봉을 인상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임기제 전문의와 일반직 전문의 간 연봉 차이가 100~150% 정도 발생해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복지부는 기관 차원의 자구책에는 한계가 있어 국립정신병원의 다양한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채용과 재직자 이탈 방지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확인했다. 단적으로 채용공고를 해도 신규 지원 없이 전화문의 자체가 0건인 경우가 있고, 임기만료나 공보의 전역 후 해당 보직은 자연 결원 상태가 되는 사례가 많았다.

복지부 감사담당관실은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에게 “5개 병원이 적정 의무직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부서와 협의해 이미 마련된 개선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하라”며 “기간제를 포함한 의무직 보수 현실화와 처우개선 등 대응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 조치했다.

관계기관 협의로 마련된 개성방안은 임기제 정원 제한 완화, 각종 수당 인상, 해외 학술대회 및 우수 프로그램 참여 기회 확대 등이 있다.

또한 국립정신건강센터장과 4개병원장에게는 개선조치(각 1건씩)를 전달해 “신규 채용을 원활히 하고 재직자 추가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 실정에 맞는 의무직 처우 개선방안(학회 활동, 임상연구 등 자유로운 외부활동 적극 보장, 유연근무 적극지원 등)을 마련 및 시행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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