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김보라미 KRPIA 마켓엑세스 본부장

김보라미<br>KRPIA Market Access위원회 본부장
김보라미
KRPIA Market Access위원회 본부장

이제 가족 중에 혹은 지인 중에 암에 걸리는 경우는 꽤 흔해졌다. 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이다.

예전보다 진단도 빨라지고, 수술 경과도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술 전이나 후나 결국은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진단기술이 좋아져서 요새 암은 단순한 위암, 폐암이 아니라 무슨 유전형이니 꽤 복잡하다. 그 병에 꼭 맞는 약으로 치료하려면 아직 건강보험적용이 안 된다고 하면서, 먼저 항암치료부터 시작하자고 한다. 일부 환자들은 머리 빠지고 구토를 하게 되는 심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몇 달에 걸친 항암치료를 받아도 여전히 암이 진행되는 상황도 생기긴 하지만, 이 단계를 건너뛰고 표적항암제 같이 비싼 약을 바로 쓸 수는 없다.

그렇게 여러 약들을 전전하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환자의 체력이 고갈되면서 제대로 그 질환에 효능효과가 입증된 최신 약도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쯤 되면 환자의 가족들은 절박한 마음에 치료제가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고, 신약이 있긴 있는데, 한국엔 아직 없거나, 있어도 비급여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좌절을 하게 된다.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이러한 신약이 왜 한국에는 잘 안들어오고, 건강보험 적용이 왜 더디게 되는 지 궁금해 질 수밖에 없다. 환자를 위한 신약 개발에 사명을 둔 제약회사를 다니는 한 사람으로서, 강산이 몇번 바뀔만큼 국내 환자들에게 신약이 빠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신약도입 비중이나 건강보험이 적용되기까지의 기간이 한국은 하위권에 머무른다는 자료를 보면 실망스러운 마음은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료를 걷어 그 해 보건의료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그 재정으로 의료진의 진찰, 수술 등 비용과 약제비, 재료대 등 모두를 균형있게 관리해야 되는데, 고령화 사회로 의료이용은 늘어나고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부담할 사람은 적어지고 있다. 정부가 효율적으로 재정지출을 관리해야 될 필요성이 너무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개발되는 신약은 면역체계를 바꾸거나 유전자변형 자체를 수정하는 방식 등으로 희귀 암이나, 희귀난치 질환 영역에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예전 만성질환 약들과는 달리 극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가격이 고가일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건강보험이 되려면 까다로운 평가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이다.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들을 참고했을 때 우리나라는 신약의 진입장벽이 꽤 높다. 전세계 최저가 수준의 약가를 수용해야 하고, 허가사항 보다 좁은 범위에서 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그에 대한 별도자료를 여러 정부부처에서 다양한 자료로 검토한다.

반면, 미국·일본·독일 등은 허가받음과 거의 동시에 허가사항 전체가 공적 건강보험이 적용이 된다. 또 다른 선진국들은 그동안 사용되고 있는 약이 보여주지 못한 효과를 현저하게 입증한 혁신적인 약이라면 제약업계와 논의해 건강보험 적용을 유연하게 결정하여,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국가들도 있다.

물론 국가별 제도와 문화의 차이가 있겠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암으로 인한 신약 치료비를 걱정하면서 민간 보험사 가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비급여 약제에 있어 건강보험 적용이 지금보다 신속하고 넓게 적용되길 원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보건복지부가 중증 희귀질환, 희귀항암제와 혁신적인 신약등재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업계는 새롭게 개발되는 약의 트렌드에 맞게, 현재의 약가제도도 변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현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수정하고, 재정낭비를 우려해 사후관리를 추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긴 하나, 동시에 현재 건강보험 신청대상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사각지대에 놓인 신약도 많이 있으니 이를 구제할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시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 건강보험 목록에 더 많은 신약들이 올라가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