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ㆍ진흥원, 내년 소폭 수출증가 전망에도 안심할 수 없어…적극 대응 다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국제사회의 통상정책에서 ‘안보’가 지속적 화두가 되는 가운데, 복지부도 보건산업 진출을 위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왼쪽부터)이호열 복지부 국제협력관, 한동우 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 조귀훈 복지부 통상개발담당관
(왼쪽부터)이호열 복지부 국제협력관, 한동우 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 조귀훈 복지부 통상개발담당관

수출증가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가간 무역규제 강화가 계속되는 한편, 수출국마다 환경이 달라 다각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2023년 보건의료 통상포럼’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복지부 이호열 국제협력관(국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제사회는 교류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느때보다 공급망이 중요해 수출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또한 생물다양성 협약 등에는 Profit Sharing(이익 공유)과의 개념을 도입하려고 하는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혼란과 새로운 기능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국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 의약품 수출 허가제, 백신 특허 강제집행 등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주체들이 보건안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국제 통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 통상포럼을 통해 보건산업 수출입 동향과 향후 전망을 공유하고 미국, EU, 중국의 통상정책 동향을 살펴 우리 기업의 진출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흥원 한동우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도 ‘2023년 보건산업 수출 현황 및 향후 전망’을 발표하면서 해외 주요국 무역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보건산업은 급격한 수출 성장을 이뤘으나, 엔데믹화, 공급망위기 부정적 영향, 대외수출환경 악화에 따라 최근 2개년 수출이 감소해 수출 순위가 8위로 한단계 하락했다.

한 단장은 “미국, EU 등은 국제 통상 환경에서 개발도상국의 무역 불균형에 대응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대외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보건산업 해외진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2024년 보건산업 수출 상황은 올해보다 5.8% 성장한 230억달러로 전망되며 다소 회복세를 보일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대외 경제 여건 속에서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수출 확대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한동우 단장은 “우리 보건산업계가 악화된 수출 환경에 대응하고 수출 감소 개선을 위해 해외 주요국의 무역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공급망을 확보하고, 수출 대상국별 맞춤형 전략 수립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복지부 조귀훈 통상개발담당관(과장)이 정부의 통상정책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조 과장은 “정부에서 특징은 미국과의 단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한미 첨단 기술협력 등 여러 측면에서 협상테이블을 많이 가져가고 있다”며 “특히 제약사와 정부가 참여하는 1.5트랙(바이오 1.5트랙)과 관련한 미국 협상 채널을 내년에 미국에서 개최하기로 했고, 복지부와 NIH(미국국립보건연구원) 간 의사과학자 협약, 그외 다양한 바이오 분야 협력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2023년 보건의료 통상포럼 발표자 및 패널토론 참석자들
2023년 보건의료 통상포럼 발표자 및 패널토론 참석자들

국제 정세와 관련해 각국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우려와 함께 시장마다 다른 접근방식에 대한 어려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조 과장은 “2024년 미국 대선은 정부의 가장 큰 이벤트로, (정권이) 바뀐다 싶으면 협상을 다시할 것이고, 한미 FTA도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며 “EU에서는 의회선거가 있는데, 헝가리, 폴란드 등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어 의회선거 결과에 따라 공급망이 이웃국가 중심으로 체결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보건의료분야는 미국이나 EU, 중국 3대 시장마다 접근방식이 다 다르다”며 “중국의 경우 같이 시장을 열자고 하는데 겁이 나는 상황이다. 일례로 중국의 한의사가 전라북도 인구수만큼 있는 상황이며, EU의 경우에는 국가간 협상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 (각 나라의) 주권문제라 개입할 수 없다고 하는데 누구와 협상하는지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2년간 한미 FTA가 열리지 않다가 1.5트랙을 진행하자고 하는데, 의구심이 든다”며 “바이든 정부가 자국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만드려고 하는데 의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는 등 일이 잘 진행되지 않고 공염불만 외치는 상황으로, 삼성이나 셀트리온 등의 손목을 꺾어 현지 공장을 짓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호열 국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과거 동시다발적 FTA 협상을 했던 당시에는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땀흘려 일할정도로 여건은 나빴지만 업무여건은 좋았던 것 같다”며 “규범기관이, 통상시스템에 대한 노력이 있었고 WTO에서 통상규범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지금보면 이상적 형태”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현재는 사무실 여건은 조금 나아졌을지 몰라도 업무 여건은 매우 나빠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며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자주 만나고 학계에 있는 분들께도 자문을 구해야겠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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