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정부가 또 약가인하를 꾀하는 모양이다. 이번의 경우 제약바이오산업계에 보다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 지난 2012년 있었던 일괄약가인하에 버금가는 쓰나미급 태풍이 산업계를 휩쓸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국내 특허만료 신약을 비롯, 제네릭 의약품 등 보험의약품 가격에 대해 외국과 비교, 조정하는 ‘외국약가 비교재평가제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의도는 뻔하다. 가격인하이다. 설혹 몇 품목 적정화(인상 또는 유지)시킨다 해도 대다수 품목이 인하될 것이다. 그동안의 새로운 약가제도가 대부분 그랬다. 정부는 현재 기본 안을 가지고 산업계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내년에 비교 재평가해 내후년 약가인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로운 약가제도로 가격인하가 이뤄진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기등재 목록정비를 통해 상당수 제네릭을 퇴출시키거나 가격을 인하했다. 가격인하 기전은 이외에도 약가재평가, 계단식 약가제, 사용량 약가연동제 등 다양하고 풍부하다.

이번의 경우 차원이 다르다. 우선 대다수 보험의약품이 적용 대상이며, 비교 대상에 따라 얼마나 깎일지 장담할 수 없다. 전체 인하총액을 정하고 산업계와 협의를 통해 맞춰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12년 있었던 일괄약가인하를 떠올린다. '건보재정 안정화'라는 명분을 들어 건강보험용 의약품 전품목에 대해 무조건 깎았다. 당시 12조~1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전체 시장의 14%에 해당하는 1조7000억원 상당의 일괄약가인하가 단행됐다. 산업계는 최초의 장외투쟁까지 벌이며 저항했지만 밀어붙이는 정부에 당해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일괄약가인하가 있었던 그 해 155개 제약을 대상으로한 본지의 영업실적 집계 결과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 대비 0.49% 성장에 머물렀다. 두 자릿수 성장 또는 못해도 5% 이상 성장은 찍었던 때였다. 매출이 떨어지면서 연구개발비 상승세도 멈췄다. 그 이듬해 집계한 직원수도 최초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충격을 벗어나는 데는 무려 5년여 기간이 필요했다.

최근 정부와 산업계는 그 어떤 때보다도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오랫동안 산업계 숙원과제였던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메가펀드 조성’, ‘국무총리 직속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설치' 등으로 확인됐다. 산업계는 신약개발을 위한 적극 투자를 통한 성과로 정부의 의지에 화답해 왔다. 국내 상장 제약기업들을 대상으로한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투자율 분기 집계에선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종근당이 1조7000억대의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리는 희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만으로 1000억원 이상을 확보, 혁신성 있는 신약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마지막 허들을 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매출이 시원치 않아도 신약개발 투자에는 아낌이 없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성과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때에 산업계의 신약개발 여력을 앗아가고, 투자의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 분명한 '외국약가 비교평가제도' 도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 제도는 막무가내식 2012년 일괄약가인하와 많이 닮아있어 산업계를 더욱 불안에 떨게 한다. 제도 도입이 최근의 신약개발 투자 열기에 찬물울 끼얹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기조와는 또 맞는 일인지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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